[바이블시론] 땅은 인생에게 주셨다

입력 2020-08-21 04:05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어떤 합의도 없이 2020년 7월 30일 주택임대차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8월 4일 종합부동산세·양도세·취득세 인상 법안들을 개정했다. 문재인정부 3년 동안 23차례의 주택 관련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52%나 폭등했다. 중위 소득자가 월급을 모아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16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집 없는 사람은 치솟는 집값과 전세난에 좌절하고, 집주인은 늘어난 세금을 걱정하며 하소연한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헌법 제35조 제3항). 사유재산은 개인의 인격 발현과 자율적 생활형성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전제조건이다. 주택은 개인 삶의 터전이자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안식처이다. 내 집 마련은 개인 생활을 안정시키고 행복을 배가하는 요소가 될뿐 아니라 실직자와 은퇴 노인의 주거비용 절약과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무주택 서민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작은 집 소유로, 작은 집 소유에서 보다 좋은 집 소유로 삶의 질을 개선해 왔다.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주거비용을 절약해 내 집을 마련하는 데에 유용한 기능을 한다. 국가는 이러한 ‘희망의 사다리’를 강화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보장하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 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은 헌법 제34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헌재1998. 2. 27. 97헌바20). 국가는 저소득층을 위해 임대주택과 저렴한 아파트 등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낙후 지역에 대한 의료·교육 시설 등의 공급을 늘려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 자사고·특목고 등의 일반고 강제전환은 재고되어야 한다. 이런 강제전환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능력에 따라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며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가는 소득 증가에 따라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킨다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여 양질의 주택 공급을 막는 것은 집값 상승을 부추길 뿐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면서 거래세 및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좌절시키고 ‘주거의 하향이동’을 압박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양도세, 취득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것은 바로 집값, 전세, 월세의 상승을 초래하고 보유세 강화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촉진하며 실직하거나 은퇴한 1주택자의 주택보유를 불가능하게 한다.

주택 정책은 다양한 경제주체의 심리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 연립방정식이다. 주택이 사회적 제약을 많이 받는 재산권이라 해도 그 정책이 시장 친화적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주택 문제를 이념 지향적이거나 정치 공학적으로 해결하려 하면 시장이 왜곡된다. 주택 가격의 안정을 위해선 다양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서민을 위한 대출을 확보하면서도 국내외 자금의 부동산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 주택 관련 증세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국민적 합의와 비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1주택자에 대한 증세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성경은 “땅은 인생에게 주셨다”고 말씀한다(시편 115편 16절). 주택은 대다수 국민에게는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결과물이다. 이런 국민의 창의와 노력의 결과물을 천박하다고 폄훼하거나 자의적으로 그 권리를 제한하려 해선 안 된다.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때에는 ‘주권자라도 어느 한 국민에게 다른 국민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루소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경구이기 때문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