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서양인 사이에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가 체력이라고 한다. 타고난 다름이야 어쩔 수 없겠으나, 어디를 가나 빌빌거리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나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운동이 부족했던 탓이 더 큰 듯하다. 요즘의 운동 트렌드를 기웃거려보면 예전처럼 몸짱을 목표로 무조건 근육만 키우거나 무리한 다이어트 위주에서 벗어나 있다. 생존운동, 재활운동의 개념과 함께 나이 들수록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등 외모보다 내적으로 건강한, 자기답게 잘 살기 위한 운동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없는 말라깽이 형태의 몸보단 체중이 더 나가도 근육 있는 몸이 더 건강하다고 보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같은 근육이라도 겉에 붙는 울퉁불퉁한 그것보다는 몸통과 허리를 둘러싼 잔근육, 몸의 중심을 떠받치는 근육이 중요하고 이 중심부 근육이 튼튼해야 평소의 나쁜 자세로 인해 몸이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이제야 공부 핑계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세월을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쉽게 바뀔 리 없는 법. 지금도 당장 몸을 움직이기보다 운동에 대한 책과 동영상을 보면서 겉핥기 운동만 할 뿐이다. 그래도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 공부가 오랜만이라 나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운동이라는 것이 내 전공과도 서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잠깐의 눈속임보다는 묵묵히 꾸준하게 시간과 노력을 쌓아야 하는, 그래서 스스로 체득한 태도가 쌓여야 제 능력의 빛을 발할 수 있는 코어의 힘은 결국 내 마음 중심의 힘과 다를 게 없다. 어떤 요가 선생님은 요가라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을 바르게 단련하는 시간이라 말한다고 한다. 결국 마음을 가다듬으며 온전히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며 나를 위하는 시간. 몸과 마음 어디에나 그 꾸준한 시간의 힘의 중요성이 있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배승민 의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