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중학생일 때 학교 마라톤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남학생 선두그룹을 바로 뒤따라갈 정도로 다른 여학생에 비해 월등히 앞서 달렸습니다. 그런데 선두그룹이 마지막 갈림길에서 방향 표시 미흡과 진행요원 안내 실수로 결승점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섭니다. 뒤따르던 딸도 같이 그 길로 달렸습니다.
한참 뒤에 겨우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선수들이 다 들어온 뒤였습니다. 1등이 꼴찌가 됐습니다. 학교에 항의했지만, 친선 경기라는 이유로 결승점에 들어온 순으로 시상했습니다. 딸은 억울해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속도가 중요하지만, 방향은 더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앙도 방향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해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롬 10:4) 믿는 사람의 결승점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을 향하지 않는 신앙은 결승점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내 신앙의 열심이 하나님이 원하는 방향인지, 내 의를 세우기 위한 방향인지를 늘 점검해야 합니다.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