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송용원 목사] “교회, 복음의 사회적 차원인 ‘공동선’에 관심 갖자”

입력 2020-08-21 00:03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목사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최근 펴낸 ‘하나님의 공동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자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교회의 코로나19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집단 행사를 열거나 공동식사를 하는 등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 없는 이기적 집단’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하나님의 공동선’(성서유니온) 저자 송용원(50) 은혜와선물교회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송 목사는 “한국 개신교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와 가족, 개인 중심의 사적 신앙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개교회 성장에 바빠 복음의 영적, 사회적 차원 모두를 포괄하는 공동선(共同善·the common good)을 일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송 목사를 인터뷰했다.

미국 예일대와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한 그는 2017년 ‘칼뱅과 공동선’을 펴내 공동선의 중요성을 한국교회에 본격 알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공동선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나 사회, 또는 온 인류를 위한 선’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공익(public good)과 공공성(publicity)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공동선과는 차이가 있다. 공익과 공공성이 전체를 강조한다면, “공동선은 전체와 개인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다.

이전 책이 종교개혁자 장 칼뱅 신학에 드러난 공동선을 조명한다면, 이번 책은 공동선의 기본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데 초점을 뒀다. 공동선의 의미와 성경에 담긴 공동선 사례, 공동선을 실천한 사람들 이야기가 경어체로 담담하게 이어진다. 송 목사는 “평신도와 신학생을 위한 ‘공동선 입문서’라 보면 된다”며 “공동선의 지적 이해를 돕기보단, 읽으면서 공동선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썼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에 공동선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코로나 시국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이므로, 교회도 이에 영향을 받아 공동선을 추구하는 게 상식으로 자리잡힐 거란 논리다. 공동선을 기준으로 ‘공동선 이전’(Before Common Good)과 ‘공동선 이후’(After Common Good)로 세상이 구분될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가 전기가 돼 이기적 개인주의로 가득했던 공동선 이전 시대에서 모두 서로를 돌보는 공동선 이후 시대로 바뀔 거라는 이야기다.

교회가 공동선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 목사는 먼저 교회가 특별 은총과 일반 은총을 함께 교육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별 은총은 하나님과 나의 풍성한 관계를 위한 교육이고, 일반 은총은 교회와 세상 간 풍성한 관계를 위한 교육”이라며 “그간 교회는 구원 은혜 등 특별 은총을 더 중요시했다. 앞으로는 일반 은총도 그에 못지않게 강조해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으면 한다”고 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겸손한 자세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송 목사는 “교회는 ‘모든 인간 안에 하나님 형상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다. 선호 이념보다 하나님 나라 복음과 공동선이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서로의 뜻을 모으는 일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양교회사에선 마르틴 루터, 칼뱅, 요한 웨슬리 등 여러 신학자가 공동선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에도 공동선을 실천한 기독교인이 적잖다. 건강보험 기틀을 마련한 장기려 박사와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 사회 환원에 앞장선 기업가 유일한 박사 등이다. 모두 자기부인과 겸손의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동선을 위해 한국교회가 시급히 해야 할 것으로는 코로나19 관련 생계곤란자를 돕는 일을 꼽았다. 그는 “한국교회는 예배 형식이나 참여인원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며 “진정성을 갖고 이웃을 품으면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 이게 최고의 예배이자 전도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