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들, 인터넷은행 파상 공세 맞서 ‘디지털 연대·혁신’

입력 2020-08-20 04:02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외부 기관과 연대를 구축하며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 중인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공세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그룹은 19일 KT그룹과 금융·ICT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사진). 우리금융은 “지난 6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제안한 협력 약속에 대한 후속 조치”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협업 과제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합작투자법인 설립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인증체계를 도입해 비대면 금융거래를 위한 인증도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KT 자회사인 BC카드와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은행, 우리카드는 공동마케팅을 진행한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데이터 공유를 비롯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BC카드의 폭넓은 가맹점을 활용해 결제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과 KT는 AI와 빅데이터를 비롯한 디지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과제별로 유관부서를 붙여 주요 사업 부문을 아우르는 대규모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계열사 사장이 운영위원회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초 하나금융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테크핀 산학협력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테크핀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다전공·다역량을 활용하는 테크핀 산학협력센터 건립”이라며 “전문성 공유에서 공동 연구개발, 창업 지원 및 투자 병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융복합 업무협약”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포스텍, 카이스트와 협력하기로 한 분야는 AI·머신러닝, 빅데이터, 챗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와 함께 기술역량 및 실무경험을 교류하고 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혁신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해 8월 카이스트와 AI 금융 연구를 위한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룹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금융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지난 4월에는 주요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비자코리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카드는 이달 초 SK텔레콤과 이종 데이터 결합을 통한 공동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