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제츠 내일 부산으로… 문재인정부 외교 중대 분기점

입력 2020-08-20 04:05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사진)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부터 22일까지 방한한다고 청와대가 19일 공식 발표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측 고위급 인사의 첫 번째 방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한·중 협력,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문재인정부 외교도 중대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위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21일부터 22일까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서 실장은 양 위원과 22일 회담에 이어 한·중 코로나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와 한반도 및 국제 관계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은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 이후 2년여 만이다. 서 실장이 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양 정치국원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치국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따로 예방하지는 않는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공식 방한 목적지가 청와대와 외교부가 있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인 점은 이례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방한 장소는 중국 측의 일정 및 희망사항을 고려해 양국 협의를 거쳐 부산 개최로 결정했다”며 “국내 코로나19 확산 문제와 회담 장소 결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양 정치국원은 2018년 3월 공식 방한 때는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비공개 방한 때는 부산에서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시진핑 주석 방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시 주석 방한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시 주석의 방한은 올 상반기가 유력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라며 “그간 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을 통해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되면 코로나19로 협력해온 한·중 관계가 더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정상 통화를 나눈 바 있다. 지난 5월 13일 통화에서도 시 주석은 “금년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있어 시 주석님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통을 이어간 가운데 양 정치국원 방한이 성사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한 바 있다.

다만 양 정치국원 방한이 한국 정부에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외교를 총지휘하는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양 정치국원이 무역, 홍콩보안법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에 중립이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