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男 많은 나라 폭동 온다?… 알수록 재미있는 인구의 비밀

입력 2020-08-20 18:19 수정 2020-08-20 19:34

‘한국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라는 뉴스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대영제국의 번영, 미국의 부상 같은 굵직한 역사적 흐름의 주요 배경으로 인구 증가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은 앤 여왕 이후 200여년 동안 인구 대변혁을 경험한다. 영아사망률을 비롯한 사망률 감소가 컸다. 열여덟 번 임신한 앤 여왕이 1714년 49세로 사망할 때 그녀의 아이들은 아무도 어머니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1930년 엘리자베스 모후(엘리자베스 2세 어머니)가 낳은 자녀는 둘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실제로 동생인 마거릿 공주는 2002년 71세로 타계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올해 94세 생일을 맞았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적인 흐름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영국에서 도드라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영국은 나폴레옹이 패권을 차지했던 1800년까지만 해도 프랑스 인구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100년 뒤에는 프랑스 인구가 영국에 비해 4분의 1정도 더 많은 수준으로 좁혀진다. 반면 인구 증가가 둔화하면서 대영제국의 성장세도 꺾인다. 19세기 전반까지 여성 1인당 평균 5~6명을 낳았던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시점엔 3명밖에 낳지 않았다. 영국이 주춤하는 사이 독일과 러시아는 급부상한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관련해 “인구를 둘러싼 불안감이 분쟁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인구와 관련된 사실이 분쟁의 결과를 판가름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밖에 저자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프랑스에서 마린 르 펜에 대한 지지율 증가, 영국의 브렉시트를 해석하는 틀로 인구 변화를 들기도 한다. 인구에서 연령에 따른 구성이 사회 분위기를 달리 할 수 있다는 다음 대목도 흥미롭다. “10대에서 20대 초중반 사이의 남성 인구의 비중이 크면 폭동의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 독일처럼 인구의 나이가 가장 많은 국가들이 가장 평화로운 반면에 예멘과 콩고 민주공화국처럼 인구의 나이가 가장 젊은 나라들이 가장 큰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든 현상의 원인을 인구로 환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책 앞에 “인구가 운명의 일부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며 “단순하고 일원론적이며 결정론적 역사관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