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맺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는 고통스런 관계도 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은 이런 상황에도 참고 견딘다. 사랑과 용서가 익숙한 그리스도인에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나님께서 조건 없이 사랑하라고 하셨으니 누군가를 피하거나 누군가를 진리에서 떠나게 하는 건 왠지 실패라고 여기기 쉽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하나님께선 독이 되고 위험하며 영혼을 갉아먹는 관계를 견디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리 토마스의 ‘고통스런 관계 떠나기’는 독이 되는 인간관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준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 인내, 용서를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힘겨워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복잡한 심리와 관계 역동을 예리하게 짚어준다.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전략을 성경적으로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독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떠나라’고 말한다. 단순히 죄인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기에 당연히 죄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독이 되는 사람들은 조금 결이 다르다. 그들은 주변에 존재하며 그들이 목표로 하는 누군가를 쓰러뜨리려 애쓴다. 저자는 믿음의 사람이라고 해서 이런 독이 되는 사람들의 공격을 반드시 참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예수님 역시 독이 되는 이들을 떠나거나 떠나보냈다. 사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일부러 사람들을 떠난 경우가 기록돼 있다. 총 41개 사례가 나오는데 중복된 내용을 제외해도 24번 정도 된다. 예수님은 때때로 사람들이 자신을 어리석은 논쟁이나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괴롭힐 때면 말 그대로 침묵을 지켰다. 사람들이 떠나 달라고 요구할 때 대부분 받아들였다. 예수님은 순교자로 죽으러 왔지만, 공생애 사역 내내 이어진 공격과 폭력으로부터는 반복적으로 피했다.
독이 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떠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그러느냐”고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처럼 행동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행동을 우리가 하게끔 하기 위해 예수님의 이름을 이용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독이 되는 사람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이 되는 사람들을 폭로하고 파괴하는 부정적인 일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는 긍정적인 일 위에 우리 삶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독이 되는 공격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는 것이며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아 그분께 기억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