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직장인 한모(38)씨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기 전에 투자 자금의 상당 금액을 미국 증시로 옮겨놨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 애플 등 전기차·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쏠쏠한 평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한씨는 “한국 증시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19일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년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3% 오른 3389.78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9일 연고점(3386.15)을 6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기술주가 중심인 나스닥지수도 0.73% 상승한 1만1210.84에 마감하며 재차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미국 증시에 직투(직접투자)하는 이른바 ‘원정 개미’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2월 62억9558만 달러(약 7조4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매대금은 ‘코로나 쇼크’가 불거진 3월에 123억9432만 달러(약 14조6000억원)로 폭증했다. 국내 증시에서 수익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원정 투자’가 늘어나며 지난달엔 162억7831만 달러(약 19조200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원정 개미의 ‘투심(投心) 사로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신증권은 미국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이 100만원 이상 매매할 경우 실시간 시세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다음 달 말까지 진행한다. 통상 증권사들은 해외 증시의 경우 15분 지연된 시세를 제공하고, 실시간 시세의 경우 추가금을 받았다.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가 미국 등 7개국 해외 시세를 무료로 제공한 이래 다른 증권사들까지 ‘실시간 시세 무료’ 경쟁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소액으로 해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미니스탁(ministock)’을 출시했다. 미니스탁을 이용하면 기존 1주 단위로 사야 했던 해외 주식을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해 살 수 있다. 한 주에 1880달러(약 220만원)가 넘는 테슬라 주식을 자신이 가진 돈만큼 나눠서 매수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의 온라인 해외주식 수수료(미국 기준)를 0.09%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수수료는 0.045%로 각각 인하하는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에서 해외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