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종인 참회, 실천과 행동으로 증명하길

입력 2020-08-20 04:03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사죄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신군부의 총칼에 무참히 희생된 민주 영령 앞에서 눈물도 흘렸다. 진작 했어야 할 참회다. 김 위원장 말마따나 보수 정당 대표의 사죄가 너무 늦었다. 그동안 미래통합당 계열 보수정당들은 5·18민주화운동 평가에 인색했다.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단절하고 통절한 반성과 함께 용서를 구했다. 이 같은 역사의 화해 시도는 요즘 통합당의 변화 움직임과 맞물려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현대사의 비극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게 한 뿌리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내려졌다. 역사적 평가는 물론 대법원에 의한 법적 평가도 이미 끝났다. 독재에 저항한 자발적 시민혁명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사실이다.

김 위원장의 참회를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맨 앞에 통합당이 서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김 위원장의 참회가 진심임을 증명할 책임이 통합당에 있다. 아직도 북한군 소행이라고 믿는 일부 극우인사들을 향해 진실을 왜곡 말라 꾸짖고, 거짓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 소리쳐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여주기 식 정치쇼라고 역공 받기 십상이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총선 전 마음가짐이 이랬으면 국민의 선택은 통합당의 궤멸적 패배로 끝난 실제 선거 결과와는 상당히 달랐을지 모른다. 현재 국회에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등의 여러 5·18민주화운동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은 통합당이 이들 법안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