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아직 코로나19와의 힘겨운 방어전을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70만명의 사망 기록을 경신한 시점에서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미국·유럽·일본의 의료체계는 연일 한계 상황에 새롭게 직면하고 있다. 또한 올가을 제2차 대유행이 예고되는 등 그 끝을 예측하기 힘든 신종 감염병의 역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가중된 혼란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소비자단체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민이 쌓아온 소중한 결실이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과 비교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처가 세계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효과적인 응급의료체계와 함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라는 근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업과 동시에 의료보험 상실 위험에 노출되고, 소득 양극화 문제도 불러일으키는 미국의 의료제도와 비교할 때 한국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중요한 시스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비축해 왔던 의료비용의 재원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적정 의료비용 재원 확충을 위해 어느 정도의 건강보험료 상승은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외에 환자 중심 의료제공체계 구축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요양시설 관련은 39% 정도다. 지역돌봄서비스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노인요양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노인의 58%가 시설에 입원해 있거나 입소해 있다. 이러한 수치는 초고령화 시대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 않은 시기는 없었다. 하지만 일상이 위협받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 앞에 보다 안전하고 믿음직한 의료체계는 매우 중요한 국민의 자산이다. 이를 잘 지켜내기 위해 지혜로운 의견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활발히 논의돼 함께 누릴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향후 저성장에 따른 불황과 실업 문제, 저출산 및 고령화를 넘어선 초고령화, 소득 양극화 심화 현상 등에 따른 재정 건전성 확보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일정 수준의 준비금을 보유해 향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확대와 보험료 부담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적정한 부담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기를 꿈꿔본다.
주경순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