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점 앞선 8회, 3볼 만루홈런은 노매너?

입력 2020-08-20 04:06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노매너 논란’이 뜨겁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사진)가 팀 승리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친 게 상대팀을 존중하라는 야구의 ‘불문율’을 어긴 게 아니냔 것이다.

논란은 18일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타티스 주니어는 10-3으로 샌디에이고가 7점 앞선 8회 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후안 니카시오에 3볼을 내리 얻어낸 뒤 4구째를 노려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자신의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타티스 주니어는 이 홈런을 포함해 이날 7타점을 올렸고, MLB 홈런 단독 선두(11개)에 올랐다.

하지만 텍사스 벤치는 곧바로 분개했다. 크게 점수를 앞선 경기 후반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의 볼에 풀스윙하는 걸 금기시하는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이다. 텍사스 감독 크리스 우드워드는 투수를 교체하러 마운드를 방문하며 타티스 주니어를 노려봤고, 다음 투수 이언 기보트는 샌디에이고의 후속 타자 매니 마차도의 등 뒤쪽으로 보복성 빈볼을 던졌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야구 경기에선 수많은 불문율들이 도전받고 있다”며 “8회에 7점 앞서고 있다면 3볼에서 스윙하는 건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심지어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도 “스윙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며 사인을 못 본채 불문율을 어긴 타티스 주니어의 행위가 잘못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타티스 주니어는 “나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이런 불문율이 있단 건 몰랐다”며 “팅글러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에야 사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다수 MLB 구성원들이 타티스 주니어를 두둔하고 나섰다. 트레버 바우어(신시내티 레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타티스 주니어에게 “네가 원한다면 3볼 때 계속 스윙하고 홈런 치라”며 “야구에 계속 에너지를 주고, 더 재밌게 만들어라. 그리고 절대 사과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콜린 포셰(탬파베이 레이스)는 “3볼에서 만루홈런 맞고 싶지 않으면, 더 잘 던지라”며 불문율 옹호자들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MLB 사무국은 빈볼을 던진 기보트에 3경기, 우드워드 감독에겐 1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이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