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32·사진)가 ‘코로나 시즌’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2·6756야드)에서 20일(한국시간) 오후 2시30분에 개막하는 AIG 위민스오픈은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메이저 대회다. 세계 여자골프의 현역 중 유일하게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메이저 통산 8승에 도전한다.
6개월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한 박인비는 렉시 톰슨(25·미국), 이나미 모네(21·일본)와 함께 33조로 편성돼 이날 밤 8시38분에 티오프한다. 현재 세계 랭킹 12위인 박인비는 10위 톰슨과 서로를 ‘런닝메이트’로 삼아 우승을 향해 질주하게 됐다.
박인비는 지난 15일 스코틀랜드로 들어가 현지 환경에 적응해 왔다. 박인비의 소속사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19일 “LPGA 투어의 협조로 영국 입국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음성 사실을 입증한 뒤 2주 자가격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AIG 위민스오픈은 올해로 44회째를 맞이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새로운 명칭이다. LPGA 투어 ‘5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골프 종주국 영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만큼 큰 권위를 가졌지만, 메이저 대회 승격은 19년 전인 2001년에야 이뤄졌다.
AIG 위민스오픈은 지난해까지 시즌 중 가장 마지막에 편성된 메이저 대회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ANA 인스퍼레이션(9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10월), US여자오픈(12월)이 순연되고 에비앙 챔피언십이 취소되면서 AIG 위민스오픈은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가 됐다.
박인비는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어가 중단되면서 국내로 돌아와 휴식기를 가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박인비는 이제 투어 통산 21승, 메이저 통산 8승을 조준하고 있다. 세계 여자골프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까지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현역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이번에 우승하면 올 시즌 메이저 첫 승과 자신의 시즌 2승을 수확하는 것은 물론,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이후 5년 만에 명칭을 바꾼 AIG 위민스오픈에서 정상을 탈환할 수 있다.
남편 남기협(39) 코치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어 AIG 위민스오픈에서도 박인비의 ‘임시 캐디’로 나선다. 코스 전략을 논의할 수 있고 안정감을 주는 남 코치는 박인비에게 작지 않은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 재개된 LPGA 투어는 박인비·고진영(25)·박성현(27)과 같은 국내 강자들이 합류하지 않은 지난주까지 미국의 강세로 펼쳐졌다. 재미교포 대니얼 강(28)이 2승, 미국의 베테랑 스테이시 루이스(35)가 1승을 수확했다. 박인비의 LPGA 투어 복귀는 투어의 판세를 바꿀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대니얼 강은 AIG 위민스오픈에서 시즌 3승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