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동차를 원하는 대로 맞춰 만들어 타는 시대가 도래했다. 차의 외관이나 기능이 소비자 요구에 맞춰 생산·개조된 ‘커스텀 카(Custom Car)’는 정부의 튜닝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튜닝 시장은 규제 완화와 여가 활동 수요 증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완성차와 중고차, 튜닝 등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튜닝 옵션을 갖춘 차량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익스’를 대체할 새 브랜드로 ‘H 제뉴인 액세서리즈’를 선보였다. 튜익스가 ‘나만의 차’를 꿈꾸는 고객을 위한 개성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면 H 제뉴인 액세서리즈는 편의·고급 감성을 통한 차별화, 트렌드에 따른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지원을 강화했다. 튜익스의 매출은 2015년 169억원에서 지난해 850억원으로 5배가량 늘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베뉴에 선보였던 적외선 무릎 워머, 오토캠핑용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 아웃사이드 미러 커버 등은 현대차의 대표 튜닝 상품으로 꼽힌다.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반려동물 패키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영화 시청이 가능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도 돋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간단한 부품부터 아웃도어·수납 용품까지 고객 감성과 편의를 만족시킬 다채로운 선택 사양을 더해 튜닝 옵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고성능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N퍼포먼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으로만 차를 만들 수 있는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N퍼포먼스는 내·외장 스타일과 주행성능을 선택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어 제네시스는 엔진과 구동 방식, 시트 배열, 내외장 디자인 등 주문형 생산에 맞먹는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
중고차 업계에선 오토플러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리본카’가 선택형 옵션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맞춤 견적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업계에선 처음 시도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추가로 성능 개선을 원하는 항목을 직접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크래치 제거, 광택 등 외관뿐 아니라 엔진오일 세트, 타이어 등 부품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항목과 범위를 설정해 상품화할 수 있다. 상품화 항목을 바꿀 때마다 변동되는 예상 비용과 소요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리본카 관계자는 “‘출시 5년 이하, 주행거리 12만㎞ 이하, 무사고’라는 3대 전제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만 선별하고 있다”며 “자체 중고차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주행·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개선한 차량을 대상으로만 추가 상품화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과 ‘캠핑’ 등이 유행하면서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개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트럭 포터2를 기반으로 만든 캠핑카 포레스트를 출시했다. 최대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2열에 주행과 캠핑, 취침 등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 캠핑 시트를 탑재해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선택에 따라 독립형 샤워부스와 실내 좌변기를 설치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오프로드 마니아를 위한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을 출시했다. 높이를 10㎜가량 끌어올리는 서스펜션 개선을 통해 험로 주파 능력, 핸들링 등 온·오프로드 주행성능과 견인능력을 끌어올렸다. 별도의 튜닝을 추가해 소비자 성향에 따라 원하는 차를 만들 수도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라인업 중 가장 많은 32가지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을 자체적으로 선보이고, 튜닝시장 활성화를 지원해 고객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카라반 공식 딜러 카라반테일이 지난 4월 선보인 ‘로디’는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를 개조한 초소형 캠핑카다. 2000만원대에 형성된 가격에다 1~2인승에 특화돼 유지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차체가 작아 기존 캠핑카보다 주차나 주행이 유리한 것도 강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자동차의 개조 및 부품 탈부착 등을 대대적으로 허용하는 튜닝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6000대가 캠핑카로 개조돼 13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캠핑카 튜닝 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3조8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튜닝 시장은 2025년 5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튜닝산업은 숙련된 기술노하우와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활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