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이론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는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당시 헌재는 서울의 수도 지위는 조선 법전이었던 ‘경국대전’에도 반영돼 있다며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계속된 관행이어서 국민적 합의가 있고, 중간에 깨진 적이 없는 등의 경우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는 요건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헌재 결정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헌재 결정은 승복해야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 결정 전 헌재 내부 연구관들도 위헌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헌법에서 수도를 서울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이상 근거를 댈 조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헌재 연구관은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결정 내용을 미리 듣고 당황했다고 한다. 해당 연구관은 헌재 소장에게 “숙고가 더 필요하다.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관습헌법에 성문헌법과 사실상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국민적 합의의 확인으로 국민투표 등이 고려될 여지도 있다고 하면서도 관습헌법을 폐지하려면 반드시 헌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전효숙 재판관은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 개정에 속하지 않고 대의민주주의 절차인 법률 제정,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었다.
문재인정부가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자 행정수도 이전으로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준표 후보, 안철수 후보 등이 모두 공약했던 사안이다. 야당 일각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위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 행정수도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를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