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46·사진)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8일 외교부로 첫 출근을 했다.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의 막내 격인 최 차관은 청와대 비서관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황태자’로 통한다. 40대 젊은 나이인데다 비(非)외교관 출신인 그를 외교부 2인자인 1차관에 이례적으로 기용한 것도 문 대통령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차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외교부가 추구하는 국익 자체가 민주주의 및 헌법적 가치 안에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도 합치해야 한다”며 “국민의 자존감을 외교의 공간에서 지켜내는 것 또한 우리 외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일도양단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는 다양한 외교 과제를 풀어낼 수 없다”며 “국제정치 현실은 우리에게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경직된 방식으로는 국민을 위한 외교를 할 수도 없다”고도 말했다. 우리 외교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주장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자주파’로서 외교부 내 주류인 ‘동맹파’와 갈등이 예상된다는 일각의 관측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외교부는 대북 정책에 더욱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 차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미 워킹그룹 등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소관 업무에 일부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를 향한 청와대와 여권의 불신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관가에서는 외교부가 친미 성향이라는 이유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외교부와 미 국무부 간 채널인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최 차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워킹그룹 관련 질문을 받고 “들여다보겠다”고만 답했다.
최 차관은 3년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으로 일하며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 실세로 평가받는 ‘연정 라인’ 인사 중에서도 최 차관만큼 고속 승진한 경우는 드물다.
최 차관 기용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차관 연배의 외교관들은 대부분 과장 또는 심의관이어서 직원들 사이에 사기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부인 출신으로서 외교부 조직 특유의 문화에 정통하지 않은 그가 1차관 업무인 인사와 예산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최 차관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조직 내에서 격의없는 소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실·국장은 물론 실무과장과도 토론하겠다”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과장의 업무환경을 점검해 실질적인 업무 집중도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 심의관의 경험과 전문성 또한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