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 풀리자 中어선 수십만척 바다로 바다로… 충돌 우려

입력 2020-08-19 00:20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에 정박한 어선들. 연합뉴스

중국에서 지난 5월부터 연안과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조업을 금지했던 금어기간이 최근 종료됨에 따라 어선 수십만척이 다시 고기잡이에 나섰다. 중국 어선들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대만 주변 해역 등에서 조업을 하다 다른 나라와 충돌할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자국 어선들에게 민감한 수역에서는 조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개월 반 동안 이어졌던 금어기가 지난 16일 종료됨에 따라 하이난성, 푸젠성, 저장성, 광둥성, 광시성 등의 어선 수십만척이 바다로 출항해 조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조업 재개에 나선 어선들에게 분쟁 지역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자국 어선들이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조업하다 일본 선박과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이 지역에 접근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장성과 푸젠성 정부도 어부들에게 센카쿠 열도에서 30해리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중국 어선들이 센카쿠 열도 주변 자국 영해를 침범할 것에 대비해 순시선 21척을 배치, 경계를 강화했다고 NHK가 전했다. 4년 전인 2016년에는 금어기간이 끝난 8월 일부 중국 어선과 해경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해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킨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 부근 조업을 제한하면서도 주변 해역에 대한 순찰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천샹먀오 남중국해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댜오위다오는 중국 영토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중국 해경 함정이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법 집행 목적으로 순찰을 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조업 어선들에게 대만 해협에서 중간선을 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푸젠성과 대만 사이의 거리는 204㎞로 매우 가깝다. 푸젠성 푸저우 관계자는 “민감한 지역에서의 어업 금지 통지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규제”라며 “어부들은 규정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일부러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 어민들은 대만 해협의 제한구역에서 조업을 하다 대만 당국에 붙잡혀 체포되거나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도 최근 중국 선박이 베트남 어선과 충돌해 침몰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은 해양 생태계와 어족자원 보호를 내세워 1995년부터 매년 금어기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또 자국 어선들이 세계 주요 어장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해 어족자원을 황폐화한다는 비난이 일자 지난 7월부터 대서양과 태평양 일부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3개월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 어선들은 전 세계 오징어 어획량의 70%를 잡아들이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