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자리 46% 코로나 위험에 노출”

입력 2020-08-19 04:04

국내 취업자 중 거의 절반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오삼일 과장과 이상아 조사역은 18일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46%”라며 “이들 일자리는 고용 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술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일자리를 분류한 결과 특정 장소에서 일해야 하는 비재택근무직은 전체 취업자의 74%, 고객 등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고대면접촉직은 55%였다. 국내 일자리 중 두 유형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46%라는 분석이다. 식당 종업원과 미용사, 의사,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매장 판매직원, 은행 창구직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사나 강사처럼 평소에는 대면접촉도가 높지만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의 9%였다. 이들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도 실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오 과장 등은 “대면접촉이 많은 데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는 단기뿐만 아니라 감염병 확산세가 진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장기에도 실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 고용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일을 잠시 쉬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 실업 위험은 필수 일자리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사나 간호사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지만 필수직이기 때문에 실직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비필수직이면서 재택근무도 할 수 없는 매장 판매원이나 식당 직원은 봉쇄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시행되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비필수직이면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의 35%였다.

보고서는 “감염병의 확산으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될 경우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의미”라며 “이처럼 단기 노동공급 충격에 노출된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는 음식서비스, 매장판매, 기계조작 등 저숙련 직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올해 3~6월 감소한 취업자 대부분은 취약 일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가 취업자 감소에 기여한 정도(기여율)는 각각 106%, 77%, 107%였다.

오 과장 등은 “각 일자리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42%, 74%, 55%를 크게 상회한다”며 “향후 고용회복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의 고용부진이 이어지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재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