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서 고민… 민주당 “욕 먹더라도 개혁 법안 강행”

입력 2020-08-19 00:05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열린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종인(왼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박병석(왼쪽 두 번째) 국회의장과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맨 오른쪽) 의원 등 참석자들은 고인의 인동초 정신을 기렸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른바 ‘책임 여당의 함정’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다. 낮아진 지지율을 의식해 야당과의 협치에 비중을 두자니 입법에 속도가 안 나고, 강경 기조를 이어가자니 거여(巨與) 독주라는 비판과 함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장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개혁과제 등 성과를 내면서 지지율도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부담이 적지 않다.

임시국회가 18일 시작된 가운데 민주당은 결산 심사에 집중하면서 통합당과의 정책적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지난 17일 워크숍을 열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역전된 상황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일하는 국회법 등 민주당의 중점 과제 추진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을 신경 쓰다가 통합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은 본인들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전략을 쓰면서 여당의 독주 프레임을 짰다”며 “독주 프레임 때문에 처리해야 할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여당이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그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바로 책임여당의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후보자인 김종민 의원도 KBS 라디오에 나와 “거여 독주 비판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변했다. 김 의원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안 그러면 국회를 몇 달 동안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180석이나 줬는데 끌려다닌다고 혼내셨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의 체감 효과가 나타나고 개혁과제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공수처 등 쟁점이 첨예한 과제들을 우선 추진하기보다는 민생 문제를 테이블에 함께 올리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가장 경계하는 것은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는 민생 문제를 야당과 함께 풀어가면서 권력기관 개혁 등 쟁점이 복잡한 사안들을 협상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은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5·18 3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5·18역사왜곡처벌법, 5·18공법단체법, 5·18민주화운동 예우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이다. 최근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 통합당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이용빈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지도부 몇 명의 이미지 선전을 위한 전략적 행보가 아니길 바란다”며 “진정성 증명을 위해 지난 40년간의 역사 왜곡과 비방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