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촌… 미국 데스밸리 54.4도 사상 최악 폭염

입력 2020-08-19 04:01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래슨 카운티의 ‘로열턴 파이어’ 산불 현장에서 파이어네이도가 일대를 휩쓸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폭염’ 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기후 위기까지 겹치며 세계는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선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섭씨 54.4도로 지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CNN방송 등이 17일 전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최근 ‘파이어 토네이도’가 수 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파이어 토네이도는 지표면의 열기와 불꽃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올라가 불기둥을 이루는 현상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지사는 전력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 이날 폭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유럽도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주 런던 도심의 기온이 6일 연속 섭씨 34도를 웃돌았다”면서 “196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은 이달 초 사상 최고 기온인 38도를 찍었다.

스페인 북부에서도 처음으로 섭씨 42도의 기온이 측정됐고, 남부 지역은 45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가뭄은 농작물 재배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유럽은 2018년 이후 3년째 기록적인 가뭄을 겪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은 “지난달 프랑스의 강수량이 1959년 이후 6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반면 지난 1~7월 평균 기온은 관측 시작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의 기온은 41.1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8년 7월 기록된 일본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 기온과 같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에서 올여름 40도 이상의 폭염이 관측된 것은 이날로 세 번째다. NHK는 도쿄도에서 이달 들어 79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2100년이 되면 미국의 도시들이 2000년대 초반 대비 최대 30배 넘는 극한의 열기에 노출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NAS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해왔던 대로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하지 않은 채 기온이 상승할 경우를 가정한 결과”라며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상승한 기온에 적응하는 일 두 가지가 이번 세기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성과 지속성, 빈도 등의 측면에서 전 세계의 열파(heat wave)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며 “지난해 연구에서 지구가 이례적인 열파를 동반하는 ‘새로운 기후체제(new climate regime)’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알려졌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