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이 교회 신도들은 잠적하거나 격리를 거부하는가 하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도망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되레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집단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상실한 채 몰지각한 행동으로 ‘신천지 사태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전날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123명이 또 추가돼 전체 관련 확진자가 438명”이라며 “확진자 급증으로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잇단 확진자 폭증에도 교회 신도들은 방역에 매우 비협조적이다. 교회 출입 수기명부에 연락처와 거주지를 제대로 적지 않은 590여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200여명 등 800여명이 여태 검사를 받지 않았다. 자가격리를 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서울시는 “이 교회는 확진자 급증을 초래한 원인을 반성하고 겸손한 자세로 방역 당국에 협조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신도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도망치는 일까지 연달아 벌어졌다. 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양성 판정을 받고 경기도 파주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던 50대 경기도 평택시민은 새벽에 병원에서 탈출했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9시30분~오후 2시 교회에 머물며 예배를 본 뒤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병원 직원이 오전 8시쯤 격리 병실에 배식하러 들어갔다가 탈출 흔적을 발견했다. 파주병원은 이 신도가 밤 12시쯤 병원 정문을 나서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된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즉각 신고했다. 경찰은 곧장 추적에 나섰다.
앞서 전날에도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이 교회 40대 여신도가 확진 후 의료원 이송을 앞두고 자택에서 달아났다가 4시간 만에 붙잡혔다.
정부는 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고 격리 장소에서 벗어나는 등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격리 장소 이탈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신도들의 갖은 방역 비협조에 더해 사랑제일교회 관련 최초 확진자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최초 확진자가 바뀌면 검사 대상자, 자가격리 대상자 수도 크게 불어난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최초 확진자로 분류된 사람보다 열흘 앞서 다른 확진자가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돼 집단감염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2일 확진자는 지난달 27~29일 야외 예배(대부흥회)에 참석했고, 이때 전국에서 모인 신도가 8일과 15일 집회에 다수 참석했다”고 했다.
2일 확진자는 지난달 27~29일 현장예배에 나갔다가 예배 마지막날부터 기침과 식은땀 등 코로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코로나 전염력을 가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매우 큰 셈이다. 12일 확진자는 아직 정확한 동선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9일 예배에는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는 2일 확진자를 감안해 역학조사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8월 7~13일로 지정했던 감염 고위험도 기간을 지난달 27일~8월 13일로 확대하고 추가된 방역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도들의 방역 비협조가 이어지면 통신사 기지국 정보를 통해 연락처를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
▶
▶
▶
▶
▶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