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주로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빗겨나 있어 투자 매력이 높아진 데다 공급대책 대안으로 공공재개발 확대 방안이 거론되자 재개발 투자를 위한 매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가 이번에는 다세대·연립주택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7005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 5000건 아래에서 맴돌던 거래 건수가 6월 6328건으로 급증하더니 신고기한(30일)을 열흘 이상 남긴 상태에서 7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이 7000건을 넘긴 건 12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거래 건수가 늘면서 매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15%를 기록했다. 감정원 가격지수는 특정 기준 시점 대비 현재의 가격변동률을 뜻한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5월 -0.02%까지 떨어졌는데, 6월 들어 0.06%로 반등하고 7월에 더 크게 올랐다.
자치구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은평구 814건(11.6%), 강서구 798건(11.4%)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많았다. 양천구(500건·7.1%)와 강북구(434건·6.2%) 구로구(379건·5.4%) 송파구(377건·5.4%) 등이 뒤를 이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 상승이 시작된 6월은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다시 한번 강하게 조인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시기다. 이때 규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서울 외곽 지역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격이 치솟았는데, 같은 시기 다세대·연립주택 매수세도 늘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아파트 위주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규제가 덜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몰리는 것도 있지만 공급대책에서 나온 공공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투자 시에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감도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아파트를 규제하자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대 아파트로 투기자본이 몰렸던 풍선효과가 아파트에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투기자본이 이동하는 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8·4 대책에서 밝힌 공공재개발 확대 방침은 중장기적으로도 다세대·연립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끌어내는 공공재개발 방침을 밝혔다. 기존 뉴타운 구역해제 지역은 공공재개발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는데 8·4 대책에서 기존 방침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재개발 조합이 처한 여건에 따라 공공재개발에 참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갈리고 있지만 조건이 개선된 만큼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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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