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각 팀이 가을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여름철 미리 옥석 고르기에 나섰다. 이적을 통해 새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을 비롯해 신인급 혹은 벤치 자원들의 기량을 주로 점검할 수 있는 무대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8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부터 이틀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남자프로농구 ‘2020 현대모비스 서머매치 대회(이하 서머매치)’를 연다고 밝혔다. 다음달 20일 진행될 KBL컵과는 별도로 올해만 개최하는 이벤트성 대회다. 여자프로농구 ‘박신자컵’을 진행 중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역시 이날 조별예선을 끝내고 20일부터 준결승에 돌입한다.
두 대회는 팬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다. 다만 모두 무관중 진행돼 경기는 온라인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중계로만 접할 수 있다.
서머매치에는 지난 시즌 상위 4개 팀인 원주 DB와 서울 SK, 안양 KGC, 전주 KCC가 참여한다. 이날 추첨에서 원주는 안양과, 서울은 전주와 대진이 성사됐다. 29일 열릴 두 경기 승자가 30일 결승에서 우승팀을 가린다. KBL 관계자는 “팬들이 농구를 접하지 못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 게 대회를 연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서머매치는 명칭과 시기상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에서 벤치 자원과 신인들이 참가하는 ‘서머리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출전 못하는 데다 일부 팀만 참여한다는 차이가 있다. KBL 최초 일본인 선수인 원주의 나카무라 타이치가 아시아 쿼터 자격으로 출전하지만 최근 귀화에 성공한 대표팀 라건아는 출전이 불발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선 4개 구단 감독은 대회에 앞서 농담 섞인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 문경은 감독이 “연습도 되면서 승리도 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말하자 서울을 상대할 전주 전창진 감독은 “(문 감독의) 두 마리 토끼가 토끼장에서 못 나오도록 가둬두겠다”고 맞받아쳤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충북 청주 청주체육관에서 제6회 박신자컵 조별예선을 진행한 뒤 20일 준결승, 21일 결승을 연다. 여자농구의 전설로 불리는 박신자 선수의 이름을 딴 이 대회는 기존 6개 프로팀에 대구시청과 대학선발팀을 합해 8개 팀이 참가했다. 2개 조로 나눠 진행한 예선에서 A조는 부산 BNK와 청주 KB가, B조에서는 부천 하나원큐가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 판정에 따라 수비 반칙 규정을 더 강하게 적용, 경기당 한 팀 득점이 100점대를 돌파하는 등 색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17일에는 부천의 강계리가 대회 역대 첫 트리플 더블(3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편 두 대회는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무관중 경기가 결정됐다. WKBL 관계자는 “박신자컵이 열리는 청주시 측에서 무관중을 강력히 주장해 기획 단계부터 그렇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KBL 관계자는 “서머매치를 무관중으로 하더라도 9월 KBL컵은 가급적 유관중으로 진행하는 게 유력했지만 최근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급변해 이조차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