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경학교 영상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어느 교회든 무료로 가져다 쓰시기 바랍니다.”
순복음원당교회(고경환 목사)는 지난해 여름 미국의 상당수 교회가 활용하는 VBS(Vacation Bible School·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다. 미국 한인교회 청년 10여명도 교사로 함께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름성경학교가 무산될 처지였다. 고민이 많았지만 온라인으로 열기로 하고,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VBS의 온라인 버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능력과 열정을 갖춘 14명이 번역팀, 촬영팀, 영상편집팀으로 역할을 나눠 두 달 가까이 매달렸다. 1층 문화센터를 간이 스튜디오로 만들고 조명 장치와 카메라도 새로 구입했다. 50분에서 1시간 분량의 영상 4편을 완성했다. 순복음원당교회는 오는 22~23일과 29~30일 4차례 ‘2020 온라인 여름성경학교’를 연다.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 덕양구 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고 목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예배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많은 교회가 아이들의 영적 체험과 신앙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경학교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면서 “여름 행사를 준비하지 못한 교회들과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교회와 공유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에 영상에는 ‘순복음원당교회’ 이름이나 출연하는 사역자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고 목사는 “영상을 활용하고 싶은 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이나 담당 목사님이 우리 교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촬영할 수도 있고 직접 영상을 보내주시면 앞뒤에 넣어 편집해서 보내드릴 예정”이라며 “많은 교회가 활용해 우리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과 성령의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VBS는 미국의 ‘그룹’(Group)이라는 단체가 제작한 것으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율동 및 찬양과 함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성경을 재미있게 풀어준다. 매년 다른 제목과 주제의 프로그램이 제작돼 제공된다.
‘울퉁불퉁한 철길’(Rocky Railway)이란 제목의 올해 VBS는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하도록 도와준다. 주제는 ‘예수님의 능력이 우리를 이끄십니다’. 날짜별로 소주제가 있다. 예를 들면 첫째 날 주제는 ‘예수님의 능력은 어려운 일도 가능하게 합니다’, 둘째 날은 ‘예수님의 능력이 소망을 줍니다’이다.
VBS 기간 동안 매일 찬양과 율동, 실험과 게임하기, 간식 만들기, 영상 시청하기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아이들은 그날의 주제에 맞게 성경 구절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경과 가까워진다. 고 목사는 “VBS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 마음속에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이 더욱 굳건히 자리잡을 것”이라며 “겨울용 VBS 영상도 온라인으로 제작할 계획이고 코로나19 상황에 관계없이 내년 여름성경학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된 외국 프로그램이라 한국 문화와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순복음원당교회는 꼼꼼한 번역과 연출을 통해 ‘한국교회 맞춤 VBS’로 재탄생시켰다.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돼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고 목사가 여름성경학교 온라인 프로그램을 한국교회와 나누기로 한 것은 다음세대를 중시하는 목회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고 목사는 10년 전부터 교회 표어의 주제를 ‘다음세대’로 하고 있다. 올해 교회 표어도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다.
고 목사는 기독교 대안학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교회 인근에 7224m²(약 2190평)의 부지도 확보했고, 내년 설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학교 건축에 들어간다. 고 목사는 “아이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학교의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 정도 교회에 왔다 가는 것으로 영적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영성 인성 지성을 모두 갖춘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이 기독교 대안학교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고 목사는 “장학금을 통해 다른 대안학교에 비해 50% 저렴한 학비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99년 순복음원당교회에 부임해 올해 22년째를 맞은 고 목사는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큰 부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의 양적 부흥에 관심이 없다”면서 “10여년 전부터 신앙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사역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을 낳지 않아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당장의 부흥이 아니라 좋은 신앙을 가진 다음세대가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로 올라간다면 이들을 통해 한국교회에 새로운 부흥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목사가 다음세대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유다.
고양=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