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집단 감염 왜 막지 못했나 “방역 자신감 화 불러… 당국 지침 무조건 따라야”

입력 2020-08-19 00:03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상인 주민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방역단이 18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모범으로 불리던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어 나오면서 교계에서는 철저한 자기 점검과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가 438명으로 늘었다고 18일 발표했다. 노원구 안디옥교회에서도 누적 확진자가 15명 나왔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코로나19 방역을 잘하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 게 교회발 집단감염의 가장 큰 이유”라면서 “코로나19 감염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방역을 선택적으로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살고 죽는 문제 앞에서 온 국민이 살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교인에게 ‘기독교인은 코로나19가 비껴간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는 목회자는 즉시 그 자리에서 돌이켜 진리만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정종훈 연세대 기독교윤리학과 교수도 “한국교회는 신천지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면서 “목회자들이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만큼 방역 당국의 지침을 무조건 따르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로 인식됐던 미자립 목회 현장에서도 정확한 현실 인식과 지혜로운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 개척 목회 4년 차인 A목사는 “성도와의 안전한 교제를 위해 독서실처럼 1인용 칸막이를 설치하는 교회도 있다”면서 “작은 교회라도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인들은 교회가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교회가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구 신천지나 이태원 클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확산이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면서 “교회 스스로 강력한 방역 지침을 발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신천지 때보다 전염력이 6배 강한 GH 유형일 가능성이 높아 평소처럼 느슨하게 대응해선 위험하다는 의견도 많다. 문철진 누가의사회 회장은 “지난 3~4월과 비교해 확산 양상이 달라져 변종에 대한 대책까지 필요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기독교인들이 먼저 주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자중하며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회는 모이기에 힘쓰는 공동체에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기도하는 공동체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예배 전환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왜 교회만 문제 삼느냐고 불평할 게 아니라 대체 왜 교회에서 자꾸 확진자가 나오는지 그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국 교회가 최소 한 달간 모든 예배와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장창일 최기영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