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18일 청와대와 미래통합당이 이틀째 핑퐁게임을 이어갔다. 회담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 추진 여부를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최재성(사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착수했으며 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김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일대일 형식으로 구체적 의제가 있다면 회담도 가능하다고 밝히자 이를 근거로 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런 의사를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일대일 회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통 대표 회담을 해왔던 전례들이 있고, 다른 정당의 입장도 있다”면서도 “포함해서 격의 없이 형식과 내용을 이야기 나누겠다는 취지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구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소재가 정해지고 (회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화의 형식과 의제가 맞는다면 문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방적으로 회동을 제안한 뒤 무산됐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형식과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착수하겠다’는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하는 얘기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를 초청하면서 사전 설명이나 양해 없이 마이크에 대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청와대와 통합당은 이미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청와대는 21일에 여야 대표 회동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통합당이 불가하다고 알려와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통합당은 “청와대는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빈말로 지나가듯 언저리에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서 성사가 안 된 것처럼 떠넘긴다”고 반발했다.
임성수 심희정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