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국내 여름 여행지로 부산을 빼놓을 수 없다. 광안리, 해운대 등 여름 물놀이를 즐길 곳이 많지만 국내 1호 공설 해수욕장으로 상징되는 송도해수욕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지난 6월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개장하면서 케이블카·다이빙대·포장유선(덮개 갖춘 소형 놀잇배) 등 ‘송도 4대 명물’이 모두 복원돼 볼거리·즐길거리가 다양해졌다. 해가 지고 도시의 화려한 조명이 바다를 감싸면, 송도 밤바다는 낭만의 파도로 출렁인다.
부산 서구 송도(松島)는 명칭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다. 천마산이 바다 쪽으로 뻗어 내려 생긴 구릉인 송림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일제강점기 부산에 살던 일본인들이 자국의 명승지인 마쓰시마(松島)가 그리워 그 이름을 따왔다는 얘기도 있다. 바다 왼편 거북섬이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옛날 거북섬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뿐 아니라 소나무도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고 한다.
송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해수욕장과 주변의 빼어난 경치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의 유원지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 명물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도 1964년 거북섬과 해수욕장 서쪽 언덕을 연결해 설치된 420m 길이의 케이블카, 100m 이상 헤엄쳐 가야 닿았던 다이빙대, 1965년 송림공원과 거북섬 사이에 설치됐던 100m 남짓의 출렁다리인 ‘송도 구름다리’ 등이다. 송도 구름다리는 1987년 태풍 셀마로 인해 심하게 부서졌고 2002년 철거됐다.
송도해수욕장 서쪽 암남공원에서 바다 건너 작은 무인도인 동섬 상부를 연결하는 ‘송도용궁구름다리’가 18년 만에 지난 6월 5일 개장했다. 예전 구름다리의 위치와는 다르지만 송도 구름다리가 ‘송도용궁구름다리’로 재탄생했다.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로 개방중이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길이 127.1m, 폭 2m 현수교로 복층으로 돼 있다. 다리 길이가 짧고 철망 바닥이라 튼튼해 보이지만 바람이 불면 흔들려 스릴 만점이다. 해수면 25m 위에 떠 있어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와 기암절벽 등 시원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 한 번에 1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당분간 무료로 개방한 뒤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개장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1970년대까지 전국 피서객이 몰리는 인기 피서지였다. 이후 쇠퇴길에 접어들었지만 2000년대 들어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전국 최초로 해상 조각작품인 고래 조형물을 바다 가운데 설치하고, 태풍으로 부서졌던 국내 유일의 해상 다이빙대도 복원했다.
해수욕장 앞 바다 위를 2017년 복원된 ‘부산에어크루즈’(해상 케이블카)가 오간다. 동쪽 송림공원에서 남쪽 암남공원까지 1.62㎞ 바다 위를 최고 높이 86m로 가로지른다. 밤에는 색색의 조명을 밝혀 송도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국내 대표 야간관광 100선에 송도구름산책로와 함께 선정됐다.
송도구름산책로는 케이블카보다 1년 앞선 2016년 거북섬 인근에 개통된 해상 보도교다. 총길이 365m 중 일부 구간을 투명 강화유리 바닥으로 만들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스카이워크를 체험할 수 있다. 산책로 중심인 거북섬에는 청동 조각상으로 분한 젊은 어부와 용왕의 딸 인룡이 서로를 눈앞에 두고 영원히 닿지 못할 손을 뻗고 있다.
송도에서는 가까운 곳에 자리한 영도(影島)를 볼 수 있다. 장마가 끝나고 기온이 오르면서 영도 봉래산은 수시로 거대한 구름모자를 쓴다. 영도 봉래산 중턱에 청학배수지 전망대가 있다. 부산 시내와 부산항, 부산항대교 등을 바다와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시커먼 밤바다 위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부산항대교와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배, 주위의 불빛이 어우러지는 야경이 황홀하다.
청학배수지 전망대에는 고구마를 짊어진 농부 동상이 서 있다.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에 간 조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접하고 국내로 들여왔다. 영도 청학동에서 파종해 조선에서도 고구마를 재배할 수 있게 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송도에서 가까운 서구 부민동에서 6·25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임시수도기념관이다. 임시수도 대통령관저는 1926년 경남도 도청 건립과 함께 도지사 관사로 지어졌다고 한다. 서양식과 일본식을 절충한 붉은 벽돌의 건물은 6·25전쟁 기간 부산이 임시수도로 지정되면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다. 피란 수도 부산 시절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의 중심으로서 당시 발생한 국가적 사건들을 증명하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 유산이다. 자녀들과 찾아봐도 의미 있는 곳이다.
1984년 부산시가 건물을 매입해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개관했으며, 2002년 부산시 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건물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관광코스로 손색이 없다. 고풍스러운 야외 정원의 모습은 도심 속의 휴식처가 될 만하다. 바로 옆 전시관에서는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의 처절했던 삶을 전시하고 있다.
▒ 여행메모
밀면·돼지국밥·어묵 ‘먹거리’
책방골목·국제시장도 가봐야
서구는 부산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 송도는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1호선 자갈치역에서 버스로 환승하면 닿을 수 있다. 한 번에 가려면 부산시티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송도에 글로벌 호텔 체인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인 암남공원에는 해안을 낀 울창한 숲길이 이어져 있다. 짧게는 0.9㎞부터 최대 2.9㎞까지 삼림욕을 즐기며 4가지 테마의 숲길을 거닐 수 있다. 섬 남쪽 끝 두도 전망대에서 새들의 섬 두도를 굽어볼 수 있다.
부산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부산밀면, 돼지국밥, 어묵 등이다.
임시수도기념관 인근 보수동 책방골목과 국제시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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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