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은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영화 ‘승리호’의 이 독특한 시나리오는 10년 전 우연히 시작됐다.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조성희 감독은 “10년 전쯤 친구와 식사자리에서 우주산업 폐기물들의 확산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현재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총알보다 빠른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를 소재로 삼으면 재밌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에 맞춰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승리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창궐에 맞서 극장가를 구원할 기대작 중 하나다. 할리우드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우주 SF(공상과학) 블록버스터를 처음 시도한 국내 신작인 데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최대 규모인 240억원을 들인 대작이어서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충무로 스타들도 대거 출연한다. 앞서 다음웹툰 등에서 연재된 같은 시나리오 베이스의 동명 웹툰도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00만뷰를 돌파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은 저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된 ‘승리호’의 방대한 세계관을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승리호’를 선택한 송중기는 극에서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를 맡았다. 9년 전 ‘늑대소년’에 이어 조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그는 “영화를 촬영할 때 감독님의 세계관이 이미 꽉 찬 상태여서 배우들이 더 보탤 게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세계관의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앞서 ‘아가씨’ ‘1987’ 등에서 묵직한 역할을 주로 소화했던 김태리는 극에서 승리호의 리더이자 브레인 장선장 역을 연기한다. 단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레이저 건을 든 선장은 러닝타임 내내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낸다. 김태리는 “여성으로서 선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특히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갱단 두목 출신이지만 정감 넘치는 엔진실 담당 선원 타이거 박을, 유해진은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를 맡았다. 한국영화 최초 로봇 모션 캡처 연기를 시도한 유해진은 “다른 사람이 한 액션에 제 소리를 넣으면 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것 같아 모션까지 하겠다고 했다. 업동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덱스터 스튜디오가 참여한 ‘승리호’의 관전 포인트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우주 광경과 속도감 넘치는 우주선 액션신이다. 배우와 제작진은 광대한 우주 안에서 펼쳐지는 휴머니즘도 여타 할리우드 우주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극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감독은 “상상력에 바탕을 둔 영화임에도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저마다 대출 이자금과 공과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며 “초능력 슈트를 입은 영웅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차별점”이라고 자신했다. 송중기도 “우주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묻어 있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