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 저학력, 그리고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급 충격과 수요 절벽의 동반, 금융과 실물경제 동시 불안 등 초대형 복합위기의 성격이 짙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중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펴낸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는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을 계량화해 구체적 수치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일자리, 당장 먹고사는 데 영향이 적은 비(非)필수 서비스 일자리 등 고용취약성이 높은 일자리가 전체 2700만개 일자리 중 35%(945만개)에 달한다. 음식 서비스, 매장 판매, 기계 조작 등 저숙련 직업이 대부분이다. 당장 코로나에 타격을 받는 일자리가 이 정도이고, 대면 접촉이 필수여서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일자리 등까지 고려하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1242만개)가 코로나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음식 및 여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 간호사, 경찰·소방직, 매장판매직, 금융사무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자리에 고졸 이하, 30세 미만 청년층 등 교육수준이 낮고 젊은 취업자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미 코로나 대확산 이후 국내 취업자 감소의 대부분이 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취약 일자리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은은 이들 취약 일자리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고용이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산업별·직업별 고용 재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고용대책이 저소득 저학력 청년 등 선별적인 대상에 집중되어야 함을 뜻한다. 전국민긴급재난지원금처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포괄적 돈 풀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사설] 코로나로 일자리 3분의 1이 위험하다는 한은 보고서
입력 2020-08-1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