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현진, ‘불꽃’ 광현

입력 2020-08-19 04:05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왼쪽 사진)이 1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가진 2020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 6회말에 역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시카고 컵스와 가진 원정 더블헤더 1차전 1회말 2사 때 상대 타자 데이비드 보트를 내야 땅볼로 잡고 포효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투수 김광현. USA투데이·AP연합뉴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올 시즌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고 2승을 수확했다. 승수 추가보다 고무적인 일은 ‘볼넷 제로’의 투구 내용이다. 한때 4.05개로 늘어났던 9이닝당 볼넷 수는 이제 3.12개로 줄어들었다. 류현진의 등판 직전에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데뷔해 ‘슈퍼 코리안 데이’를 합작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가진 2020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두 경기 연속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한 뒤 5-1로 앞선 7회말을 앞두고 교체됐다. 팀이 7대 2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2승(1패)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4.05에서 3.46점으로 감소했다. 한때 8.00까지 치솟았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3점대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기록은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볼넷에 있다. ‘볼넷 제로’는 류현진이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12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 개막전(5대 4 승)을 마치고 차기 등판의 도전 과제로 삼았던 목표다. 당시 류현진은 “볼넷을 허용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 다짐을 실현했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5경기에서 2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 9개를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 수로 환산하면 3.12개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소속으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지난해 9이닝당 볼넷 수 1.18개만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성적을 냈다.

토론토 타선은 3회초 공격에서 4점을 뽑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리드오프 캐번 비지오는 1사 2·3루에서 내야 안타를 쳐 선취점을 뽑았고, 후속타자 랜달 그리척은 이어진 1사 1·3루에서 중월 스리런 홈런을 때려 점수를 4-0까지 벌렸다.

류현진은 4회말 1사 2루 때 상대 중심타자 페드로 세베리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지만, 후속타자 팻 발라이카를 상대할 때 병살타를 유도해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위기를 극복했다. 살아난 제구력 못지않게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도 빛을 발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을 앞세워 최근 2연패에서 탈출했다.

류현진이 승전보를 띄운 이날, 김광현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시카고 컵스와 가진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데뷔했다. 3⅔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실점으로 막고 1-1로 맞선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불펜 존 갠트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왔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해 팀이 3대 1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승을 수확하지 못했다. 다만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시속 120~140㎞대의 다양한 구속으로 20개를 던지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해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인 선발투스의 메이저리그 동시 등판은 김병현(당시 콜로라도 로키스)과 서재응(당시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이 나란히 마운드를 밟았던 2007년 4월 16일 이후 13년 만이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미국 언론들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등판 직전까지 클럽하우스에서 김광현의 경기 중계를 시청하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