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적소적재

입력 2020-08-19 04:01
문 정부 인사 특징은 ‘캠코더’ ‘내 사람, 함께 일했던 사람’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실망으로 대통령 국정지지율 30%대로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함께 개각을 통해 쇄신과 혁신 필요
내 사람만 고집 말고 인재풀 넓혀서 탕평인사 실시해야


적재적소(適材適所)는 마땅한 인재를 그에 적절한 지위에 임명해 담당토록 한다는 의미다. 공직 분야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적재적소 인사로 행정 효율을 높이면 공직사회가 바로 서고 국정이 안정된다. 반면 위인설관(爲人設官)은 꼭 필요한 직책이나 벼슬도 아닌데 자기가 총애하는 누군가에게 벼슬을 주기 위해 직책을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인설관은 공직사회를 무능하고 부패하게 만든다. 적재적소는 좋은 뜻이고 위인설관은 나쁜 의미다. 그런데 적재적소를 강조하다 보면 사실상 위인설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눈에 인재인 사람, 우리 편에 인재인 사람을 지나치게 챙기려다 자칫 위인설관식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 인사 특징은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와 ‘내 사람, 함께 일했던 사람’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엔 다주택자 배제 원칙도 적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부처 장차관과 산하기관장 인사까지 상당수가 이 기준에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수석·보좌관급 이상 참모들을 잇따라 교체했다. 대부분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다. 서 실장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을 지낸 뒤 국가정보원 3차장으로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15년 사무총장을 맡았던 핵심 친문(親文) 인사다. 감사원 출신인 김종호 민정수석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이호승 경제수석과 정만호 국민소통수석도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멤버들이다. 최근 임명된 김창룡 경찰청장은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당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보좌했다.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던 2006년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 중 또 하나의 특징은 한번 믿는 사람은 계속 믿고, 경질로 보이는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론에 떠밀린 인사나 국면전환용 인사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발탁하면 오랫동안 신임하는 특징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과 이후 대처 상황은 단적인 예다. 최근에는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까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 대통령은 미동도 안 한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긍정평가)은 갈수록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 3주년 대국민 연설을 했던 지난 5월 1주차까지만 하더라도 71%(한국갤럽)였다.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며 4·15 총선에서 여당의 대승을 이끌어낸 뒤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 14일 같은 조사에서 39%까지 떨어졌다. 조 전 장관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10월(39%) 이후 두 번째 40%대 붕괴다. 부정평가는 53%로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사망 등 대형 악재들이 잇따라 터진 데다 부동산 정책 불신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민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인사를 통한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국정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물론 정부부처 개각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문재인정부 인사 스타일이 또 반복되면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최근 청와대 수석 5명을 일괄 교체했지만 전혀 감동도 없고 쇄신 이미지도 주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국민에게 박수받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적재적소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 인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꼭 내 사람만 고집하지 말고, 인재 풀을 넓혀서 필요하고 합당한 지위에 맞는 진짜 적임자를 임명하라는 것이다. 적소적재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유능한 외부 인재들을 발탁하는 ‘탕평 인사’도 이뤄질 수 있다.

논설위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