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자주 봤던 어머니의 모습 중에는 양말을 꿰매는 모습도 있습니다. 구멍 난 양말을 전구에 끼우고 바느질을 하는 모습입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성한 양말보다 구멍 난 양말이 익숙했습니다.
구멍 난 양말에 대한 노래도 있었습니다. “내 양말 빵꾸 났네/ 빵꾸 난 내 양말/ 빵꾸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죠.”
그 노래를 부르는 우리 대부분이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키득키득 웃으며 목청껏 노래한 기억이 납니다. 구멍 난 틈새로 드러난 시커먼 발바닥을 바라보면서 말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일이지만, 그 기억은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내 양말에 구멍 났다고 노래하다니, 부끄러워 숨기는 대신 거듭 밝히다니, 게다가 구멍 안 난 건 내 양말 아니라고 선언을 하다니….
그런 마음이 더없이 건강하다 싶습니다. 그만한 정직함과 건강함이 우리에게 있는지 문득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생각해 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