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생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여당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이 의원의 선호도 역시 내리막을 타는 형국이다. 이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운 차기 주자의 딜레마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이 의원 지지율도 최고치(28%)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 11~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8%포인트나 빠지며 30%대로 주저앉자 이 의원 지지율도 7%포인트 내린 17%를 기록하며 7개월간 지키던 1위 자리를 이재명 경기지사(19%)에게 내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지지도 하락에서 제가 예외일 수 없는 존재”라며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으로선 어떻게 독자적으로 돌파구를 찾을지가 관건이 됐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당대표로 올라서는 시점이 결정적인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까지는 너무 말을 조심했는데, 당대표가 되면 반드시 정부 정책에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현안마다 선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논란이 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옹호했고, 전날에는 “전광훈 목사를 재구속하라”고 법원에 촉구했다.
다만 ‘할 말을 하는 이낙연’의 모습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요 지지 기반이 문 대통령 지지층과 상당수 겹치는 탓이다.
때문에 이 의원이 문재인정부와 특정 현안을 두고 대놓고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정부와 각을 세워서는 안 되는 딜레마적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큰 방향성은 같이 가되 정책의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정부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의 전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해온 이 의원이 ‘역동적 리더십’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상대적으로 폭발력을 갖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바통을 이어받았듯, 문 대통령 다음에는 개성 있는 차기 대통령을 원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희 이가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