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뜨고 지는 ‘이낙연의 딜레마’

입력 2020-08-18 04:0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경기도 파주 장준하추모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민주화운동가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기막힌 현실을 마주한다”며 “선생님을 옥죄었던 독재 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 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지금을 독재라 부른다.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생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여당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이 의원의 선호도 역시 내리막을 타는 형국이다. 이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운 차기 주자의 딜레마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이 의원 지지율도 최고치(28%)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 11~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8%포인트나 빠지며 30%대로 주저앉자 이 의원 지지율도 7%포인트 내린 17%를 기록하며 7개월간 지키던 1위 자리를 이재명 경기지사(19%)에게 내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지지도 하락에서 제가 예외일 수 없는 존재”라며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으로선 어떻게 독자적으로 돌파구를 찾을지가 관건이 됐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당대표로 올라서는 시점이 결정적인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까지는 너무 말을 조심했는데, 당대표가 되면 반드시 정부 정책에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현안마다 선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논란이 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옹호했고, 전날에는 “전광훈 목사를 재구속하라”고 법원에 촉구했다.

다만 ‘할 말을 하는 이낙연’의 모습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요 지지 기반이 문 대통령 지지층과 상당수 겹치는 탓이다.

때문에 이 의원이 문재인정부와 특정 현안을 두고 대놓고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정부와 각을 세워서는 안 되는 딜레마적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큰 방향성은 같이 가되 정책의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정부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의 전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해온 이 의원이 ‘역동적 리더십’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상대적으로 폭발력을 갖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바통을 이어받았듯, 문 대통령 다음에는 개성 있는 차기 대통령을 원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희 이가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