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업계가 ‘패닉’이다. 확진자 발생으로 사업장과 사무실을 폐쇄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으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정유·항공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다시 원격근무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쿠팡 배송센터 등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또는 확진자 방문으로 휴점을 진행했다가 영업을 재개했다. 스타벅스는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 운영하고, 테이블 간격을 1~2m로 재배치했다.
유통·외식 업계는 긴 장마가 끝나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다시금 얼어붙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우선 직원들의 개인위생 점검부터 매장 내 방역 등에 더욱 신경 쓰고 소비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제 사용 등 개인위생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들어 긴장이 느슨해지고 또 비도 많이 오면서 실내로 사람이 몰렸다”며 “앞으로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생산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사 근무 직원 1명이 지난 1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LG전자 측은 직원이 근무한 10층에 방역조치를 한 후 19일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전날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선 협력사 직원이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생산 차질이나 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방역하고 접촉 의심 직원도 자택 대기 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회사 지침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며 “확진자가 급증해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던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공포에 질렸다. 김포 확진자가 2박3일 제주여행을 다녀온 게 드러나는 등 국내 여행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가까스로 개선됐던 여행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수가 3분기부터 회복될 거라는 전제로 비인기 노선까지 동원해 운항 일정을 짜놓았는데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업계가 비인기 국내 노선과 출혈 경쟁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재확산이 현실화되면 그야말로 탈출구가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도 울상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 속에 여행 수요 급감으로 항공유 판매가 부진하면서 정유사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은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 수요 부진이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2차 유행이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국제선 여객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사원들이 다시 집에서 일을 하게 됐다. SK텔레콤은 다음 주까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예방과 구성원, 가족,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전 직원 재택근무를 23일까지 권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해당 기간 중 모든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고 사내 공용시설 운영도 잠정 중단한다.
KT도 23일까지 수도권과 부산지역 직원들 위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른 IT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네이버는 18일부터 2주간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 인근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급증해 앞으로 2주간 주 2회 출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지난 14일부터 다시 원격근무에 돌입했다. 카카오 직원 중 확진자는 없으나 예방 차원에서 결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판교 오피스 인근 건물 내 입점한 상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카카오 크루들의 생활권과 밀접한 인근 지역으로 판단돼 예방 차원에서 원격근무 체제로 긴급 전환했다”고 말했다.
강주화 안규영 김성훈 정진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