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무는 개” 원색적 비난에도… 다시 尹의 침묵

입력 2020-08-18 04:08

마침내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노골적 언사까지 등장했지만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은 침묵했다. 검찰총장의 힘 빼기에 초점이 맞춰진 간부 인사와 직제개편 추진에도 윤 총장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을 논한 작심발언 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 사퇴 요구가 컸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모는 당할 만큼 당했다” “총장은 주어진 임기에 충실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주말과 법정공휴일인 17일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등 현안을 보고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이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윤 총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기간이었다. “개가 주인을 문다”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민감한 발언들이 쏟아졌으나 대검은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권을 겨냥해온 윤 총장은 현재 입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검찰 개혁을 강조하는 여권은 수사나 제도 이외에도 윤 총장의 태도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차례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결과 윤 총장은 측근이 모두 물갈이됐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이 대검 간부회의를 제대로 열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검은 ‘소검’으로 바뀌고 있다. 차장검사급 보직 4개를 아예 없애는 직제개편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총장의 ‘귀’로 통했던 범죄정보 수집 담당인 수사정보정책관을 없애고, 이 자리는 부장검사급인 수사정보담당관 1명이 맡게 된다고 한다. 전국 검찰청의 주요 특별수사와 공공수사를 조율하는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도 폐지한다.

이는 단순히 차장검사급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검의 일선청 지휘 감독 기능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며, 나아가 총장의 영향력 약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검이 그간 일선 수사팀에 조언을 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정책관·기획관들이 ‘기수’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현직 검사는 “앞으로 대검의 부장급 검사가 일선의 차장급 검사에게 연락을 취해 사안의 경과를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팎의 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윤 총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임기 반환점을 돌 때에도 “떡조차 준비하지 말라”고 했었다. 추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던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윤 총장은 다만 계기가 주어질 때마다 당부 발언과 연설문 등을 심사숙고해 직접 작성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여러 뼈 있는 발언을 남겼고, 최근 신임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첫머리에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윗선에서부터 몸소 모범을 보이자는 제안인데, 검찰 인사에 대해 말이 많았던 만큼 그저 원론적인 말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