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11주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육성 첫 공개

입력 2020-08-18 04:03
1975년 4월 19일 당시 51세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 중구 정동교회 젠센기념관에서 열린 ‘씨알의 소리’ 창간 5주년 기념 시국강연회에 참석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8일로 11주년을 맞는다.

서거 11주기 추도식은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다. 추모위원장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도사, 함세웅 신부의 추도예식으로 진행되며 여야 당대표 등이 참석한다. 11주기 기념 사진 전시회도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17일에는 당대 최고의 대중 연설가였던 김 전 대통령의 45년 전 육성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1975년 4월 19일 ‘씨알의 소리’ 창간 5주년 기념 시국강연회에서 김 전 대통령이 했던 185분간의 연설 중 ‘행동하는 양심’과 관련된 부분(2분5초 분량)만 별도로 편집해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이 유신정권 시절 국내에서 한 유일한 연설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육성 파일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라고 말했습니다(중략). 방관은 최대의 수치, 비굴은 최대의 죄악입니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양심’은 김 전 대통령이 1975년 3월 8일 동아일보 1면 하단에 기명으로 낸 후원광고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그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2009년 6월 11일 마지막 대중연설에서도 언급한 이 표현은 그의 유언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육성 파일에서 “생각하는 국민, 행동하는 국민이어야만이 살 수 있다”며 “국민으로서 무엇인가 행동을 한다고 할 것 같으면 나는 머지않아서 우리 민주주의가 회복된다는 것을(중략) 그것은 틀림없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내가 보증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선 ‘김대중 민주인권평화포럼’과 ‘대한민국 민주장정 120년’ 전시회가 열렸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김두관 의원 등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민주화운동을 9개 주제로 구성한 민주 장정 120년 전시관을 찾아 동학농민혁명부터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촛불혁명 등 역사의 현장을 관람했다.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기념 대담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샌델 교수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리더십과 시민들의 참여라는 두 가지 힘이 중요하다”며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리더십과 함께 5·18 같은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헌신·노력은 전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