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비서실 잇단 의혹 부인… 피해자측, 대화내용 공개 맞불

입력 2020-08-18 04:09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의혹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피해자 간 진실공방으로 격화하고 있다.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들이 잇달아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피해자 측은 당시 서울시 관계자들과 나눈 SNS 대화내용을 공개하며 맞대응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오 전 실장은 이날 피해자 A씨로부터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실장은 2018년 7월 2일부터 지난 4월 6일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호소와 전보 요청을 묵인·방조했다고 지목한 관계자 중 1명이다.

오 전 실장은 경찰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연말 비서실장 근무 당시 피해자가 비서실에 오래 근무해 (제가) 먼저 전보를 기획했다”며 “본인이 원치 않는다는 보고를 받아 남게 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의 이런 주장은 앞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김주명 전 비서실장(현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는 고발인이 제기한 방조 및 은폐 의혹이 정치적 음해이자 공세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도 없는데, 도대체 몰랐던 일을 어떻게 묵인하거나 도울 수가 있단 말이냐”고 했다.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피해자 지원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역대 비서실장들이 나서서 언론 발표를 하며 피해자의 증언을 가로막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증거 중 일부도 공개했다. 2017년 6월 15일 인사 담당과장과 성고충 면담을 약속하는 대화와 직속상사가 ‘이듬해 1월에는 원하는 곳으로 꼭 보내주겠다’는 취지로 답하는 대화내용 등이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 관계자들 중 일부가 피해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내용을 삭제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대질조사, 핸드폰 임의제출 등을 거부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지금까지 사실 및 증거에 기초해 피해사실을 성실히 진술해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이 사건을 방조·묵인했다며 오 전 실장과 김 원장을 비롯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