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회 사역이 위축된 가운데 서울 신길교회(이기용 목사)는 지역 선교에 오히려 더 매진하고 있다. 상반기에 올해 전체 예산의 38%를 선교 및 구제비로 사용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교회 카페에서 만난 이기용(55) 목사는 “신명기 16장을 깊이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공동체에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말씀을 통해 그런 부담을 갖게 됐고 2017년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지역 선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에도 지역 선교 확장
교회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신길 사랑나눔 축제’를 진행했다. 부활절 행사 대신 지역 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을 격려하기 위해 기획했다. 교회는 1억2000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교인들에게 나눠 일정 기간 대신시장과 신길동 주변 상가 등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받은 3만원 상품권에 사비를 더 보태 물건을 샀다.
이 목사는 지난해 성탄절 즈음에 지역 지도자, 성도들과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텅 빈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교회의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으로 성도들이 다녀간 뒤 시장 분위기가 밝아진 것을 체감했다. “목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해요. 살맛이 납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 목사에게 이렇게 고백하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제가 섬기는 교회 성도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섬겨야 할 대상임을 알게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부활절과 성탄절엔 특히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하고자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지난 5월 중순 1년간 진행한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길 카페’를 오픈했다.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661㎡(약 200평) 규모의 카페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긴 지역 주민과 성도들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더 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목사는 “예배를 마친 뒤 교제할 공간이 없어 전전하는 성도들의 필요가 있었고, 지역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방황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낼 곳을 고심하다 카페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카페는 오전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운영된다. 팀별로 소모임을 가질 수 있는 11개 세미나실과 북카페 등 다용도 공간이 많다. 카페는 오픈 두 달 전부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며 최고의 원두를 선별했다. 담당 교역자의 지도하에 각각 3명의 정규직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청년 고용창출에도 이바지했다. 카페 수익금은 전액 장학 선교와 불우이웃 돕기 등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한다.
이 목사는 “우스갯소리로 스타벅스보다 경쟁력 있는 카페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며 “저렴한 가격과 최고의 맛으로 지역 주민이 언제든 찾고 싶은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 영유아들을 위한 키즈카페도 만들었다.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이 편히 쉬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이 목사는 “현재 코로나19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 맘 카페 회원들이 키즈카페 운영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역교회와 형제처럼 연합
교회는 지난달 말 ‘제2회 지역교회 파트너십 & 섬김마당’ 행사를 갖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작은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2017년부터 지역 교회를 섬기는 사역을 해온 교회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100개의 지역 교회에 각각 100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이 목사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충남 서산성결교회에서 목회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목회자들끼리 경쟁의식 대신 형제의식을 갖고 서로 축복하는 관계로 소통하니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들이 지역연합회를 중심으로 연합하니 지역 내 작은 교회도 안정화되며 성장하는 것을 봤다”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지만, 선교 예산을 줄이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과감히 하고 싶다. 1000개의 교회를 후원할 힘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최근 이 목사는 기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마음의 감동을 받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은 우리가 주의 통치권을 인정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순종하는 것”이라며 “성령님에 민감한 목회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글=김아영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