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저물가라지만 장을 보는 주부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한우 가격은 100g당 1만2000원을 넘어섰고 삼겹살 가격도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대급 장마가 상추 등 채소 가격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최소한 식료품만 놓고 보면 ‘저물가’라는 통계 지표는 무색하게 들린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0%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하기는 했지만 1%대 상승폭을 기록하던 1~3월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추려낸 ‘생활물가지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4월에 전년 동월보다 0.3% 상승한 이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0.0% 상승에 머물렀다.
그런데 종합 지표와 달리 ‘밥상머리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농산물종합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우 등심 1+등급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1만2027원에 달한다. 평년(1만714원)과 비교해 1313원 더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 추이도 비슷하다. 국산 냉장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같은 날 기준 2427원을 기록하며 평년(2168원)보다 높게 형성됐다. 채소 가격 상승폭도 만만찮다. 상추 도매가격은 이달 초 기준 ㎏당 1만4170원까지 뛰어올랐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9)씨는 “식당을 갔는데 1인당 상추를 3장씩만 줄 정도”라고 전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통계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포함) 물가 지표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한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보다 4.3%나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전체 물가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소비자 체감이 높은 식료품 가격만큼은 수개월째 저물가와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저렴한 수입산’으로 대체하기도 힘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 세계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월평균 6.4% 상승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이미 시장에서도 반응이 나온다. 미국산 갈비 100g당 소매가격은 14일 기준 평년(2351원)보다 비싼 2484원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국내 수입되는 먹거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