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처럼 쌓인 경기… MLB ‘지옥의 레이스’

입력 2020-08-18 04: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개막 약 3주 만에 연기된 경기만 32경기다.

MLB 사무국은 17일(현지시간) 신시내티 레즈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더블헤더(두 경기를 하루 안에 치르는 것)를 벌이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4일 신시내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추가로 나오면서 15일과 16일 예정됐던 경기를 17일에 한꺼번에 할지 논의한 결과다.

MLB는 개막 사흘째였던 27일부터 경기가 연기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시즌을 시작한 이후 3주 만에 12개 팀 32경기가 연기됐다. 김광현의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팀 내 대량 확진 사태로 16경기를 연기했고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지난달 27일부터 예정됐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4경기가 연기됐다.

MLB 사무국은 연기된 경기를 더블헤더로 치르거나 본래 휴일이었던 날을 경기일로 새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인트루이스가 지난 14일 사무국으로부터 받은 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시즌 종료일까지 44일간 53경기 중 22경기를 더블헤더로 치러야 한다. 그야말로 지옥의 일정인 셈이다. 다만 더블헤더 경기는 각각 7이닝으로 제한된다.

만일 경기 연기가 지나치게 많아져 정규리그 종료일에 팀마다 치른 경기 수가 달라진다 해도 순위를 가릴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MLB 선수노조 파업이 벌어졌던 1981년에는 정규리그 종료 뒤 팀마다 많게는 8경기까지 경기 수가 차이 났지만 팀 승률로 순위를 계산,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결정했다.

다만 현지에서는 선수들을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뛰게 하는 게 옳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 중이다. 코로나19의 장기적 후유증이 완전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리그를 계속하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리한 일정 때문에 코로나19 환자 외에도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MLB 사무국은 리그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댄 헬럼 MLB 부총재는 최근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MLB의 목표는 선수들을 외부보다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야구가 아니었다면 선수들은 외부와 똑같은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