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내 힘으로 목회하고 싶은 선택”

입력 2020-08-18 00:01
김승우 함께걷는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창틀을 닦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았지만 99㎡(30평) 넓이의 아파트에는 선풍기조차 없었다. 더운 바람이 간간이 창턱을 넘었다.

이곳에선 ‘입주 청소’가 진행 중이었다. 입주 청소는 아파트에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미리 청소하는 걸 말한다. 이를 대행해 주는 청소업체들이 많다.

서울 노원구 함께걷는교회 김승우(50) 목사도 입주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이레클린’ 대표다. 김 목사는 담임목회를 하면서 주중에는 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이중직 목사다.

이날 김 목사는 창틀 청소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날카로운 도구와 헝겊으로 창틀의 찌든 때를 꼼꼼하게 닦아 냈다. 대형 진공청소기로 남은 먼지까지 빨아들이면 청소가 끝난다. 김 목사는 거실 방 주방 화장실을 오가며 창틀을 닦았다. 그는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날에는 정말 힘이 든다”면서 “목회를 위해 하는 일로 이 또한 제게는 목회”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45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안수받기 직전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지하 1층에 있는 교회 교인은 20명을 넘지 않는다. 김 목사는 “교인들과 행복한 신앙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목회와 생활 모두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고심 끝에 직업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로 입주 청소를 하다 지난해 11월 사업자등록을 냈다. 본격적으로 입주 청소 시장에 뛰어든 김 목사는 수익의 일부를 교회 운영에 사용한다. 운영비 외에도 수입의 10%를 교회 이전 비용으로 적립한다.

김 목사는 “일을 하지 않고 개척교회 사역을 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면서 “같은 교단 소속으로 한 동네에서 사역하는 미자립교회 목사들은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중직 목사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중직 목사를 색안경 끼고 보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면서 “목회에 집중하지 않으니 자립을 못 한다고 보는 건데 몹시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목회를 자신의 힘으로 하고 싶은 목사들의 선택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을 하다 보니 새벽기도회나 수요·금요예배는 드리지 못한다. 토요일에는 설교 준비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주일에는 장년과 아동부 예배에서 두 차례 설교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대형교회가 미자립교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게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자립교회 목사들이 스스로 교회 자립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 교회 자립이다. 김 목사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설교 준비하고, 열심히 목회를 해서 조만간 꼭 자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소 도구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