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북돋는다며 외식·공연 할인 쿠폰을 뿌리는 정부 사업이 시작하자마자 취소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외식지원과 소비할인권 6종 지원 사업 등이다. 정부는 이들 행사를 통해 1조원대의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확산하는 코로나19 때문이다.
내수 확충에 힘을 쏟겠다는 정부 의도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특히 반등 기미를 보였던 수출이 8월 들어 다시 가라앉으면서 기댈 건 내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해도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할 것 아닌가. 이미 행사 전 미국 중남미 유럽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 2차 대확산이 시작될 조짐이 역력했다. 이에 행사가 시작되는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주말과 임시공휴일에 외부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정부 부처들이 정반대 지침을 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가 여전한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벤트를 강행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이 퍼뜨려온 ‘경제 선방·낙관론’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3분기 경기 반등론을 언급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자 “신속한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로 가장 선방하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실업자가 113만여명으로 늘고, 실업급여 지급액이 6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고용 상황이 5월부터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미 9월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3분기 경기 V자 반등론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같은 비상사태에서 희망적 사고에 기반해 정책을 짜고 실행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상반기의 방역 성공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비현실적인 낙관론에서 벗어나 강력한 방역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사설] 이틀 만에 소비쿠폰 취소, 정부 비현실적 낙관론 버려라
입력 2020-08-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