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이 자기보다 잘되기를 바라고, 자식은 부모보다 더 잘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면에서 뼈아픈 글이 있었다. 부동산 민심이 꿈틀거리던 지난 6월 중반쯤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라는 글이 인터넷에 돌았다. 내용이 상당히 강했는데 현 정부를 계층이동의 사다리(수도권 아파트)를 걷어차는 정부라고 규정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는 게 아니라 개천만 따뜻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거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였다. 내 부모보다 나는 더 잘살 수 있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40년대에 태어난 자식들은 90%가 자기 부모보다 소득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80년대에 태어난 자식들은 50%만 높았다. 부모보다 잘되기 힘든 것이다. 또 소득불평등이 높을수록 계층이동성은 떨어진다. 경제만 성장하면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40년대생에게나 통하는 얘기다. 자식이 어렸을 때 어디서 자라는지가 계층이동에서 중요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도시빈민가가 없거나 소득불평등이 덜 심하고, 좋은 학교들이 있고, 이혼율이 낮고, 범죄율이 낮은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이 잘된다.
다시 부동산 얘기 좀 하자.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1년 후 거주지역 주택가격 전망에 대한 질문이 있다. 2013~2019년(박근혜·문재인정부) 7년치를 분석해 보면 48%가 주택가격에 변화가 없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상승 전망 22%, 하락 전망 11%, 모름 19%다. 부동산 불패의 나라에 이게 독자의 생각과 일치하나. 사람들의 기대가 나름 합리적이라면 뭔가 근거가 있을 것이다. 찾아보자. 전국적으로 종합(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박근혜정부 연평균 1.6%, 문재인정부 연평균 1.1% 상승했다. 평탄하다.
그러면 문제는 수도권과 강남3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 정부 3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9.9%, 서초·강남·송파구는 각각 10.9%·14.2%·19.7% 상승했다. 그런데 지방 아파트는 4.8% 하락했다. 상대적 격차가 훨씬 커졌다. 그렇다. 부동산 정책이 실수가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온 나라가 이럴 수는 없다. 부모와 자녀의 마음, 계층이동, 자산증식, 교육, 거주환경 등 온갖 감정의 문제가 다 섞여 있는 게 수도권과 강남의 부동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얘기까지 나온다. 반성할 건 하되 중심 잡고 한국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달라. 예를 들면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부동산 시장 불안이 이번이 끝일까? 몇 년 후 또 터지는 폭탄 돌리기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코리안 드림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타협해 나가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청년층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임금과 취업률이 높고 결혼 기회가 많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수도권, 특히 서울은 이제 과밀하고 피곤하다. 대신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오류는 반복하지 말고 ‘새로운 서울’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겠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국민 가운데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사람은 9%에 불과하다. 개인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이가 들면 80%까지 올라간다.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사람도 24%나 된다. 현재 은퇴층의 노후자금 마련 수단은 가족 28%, 공적연금 26%, 공적수혜금 30%, 개인저축액 7% 등이다. 솔직히 현재 40, 50대는 노후에 가족에게 기대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충분치 않다. 불안한 국민의 마음을 포용하는 게 정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