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통해 걸리는 감염병이다. 대개 주사바늘, 손톱깎이, 면도기 등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 닿을 수 있는 도구를 통해 전염돼 간에 염증을 일으킨다. 간암이 주요 원인 질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C형 간염의 ‘무증상 특징’이다.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만성화 단계에 이르는 환자들이 매우 많다. 특히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돌려쓰는 등 일상생활에서 작은 부주의로 감염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 문신, 반영구화장, 피어싱, 침습적 시술 등도 주요 감염 경로다. C형 간염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한 상태로 알려진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악화한다. 또 이중 약 30~40%는 간이 굳어지며 기능이 저하되는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감염 잠복기 이후에도 약 60~80% 환자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약 6%에 불과하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부 불편감, 피곤함, 기력 감소 등 비교적 가볍고 비특이적인 증상이라 환자 스스로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자발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진단으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나, 이중 실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0%(4만5000명~7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80%의 진단되지 않은 잠재 환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간경변증과 간암의 위험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발병률도 높게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다. C형 간염 유병률은 40대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해 60대 이상은 1000명 당 3.6명꼴로 발병할 만큼 유병률이 높다. 또 감염 당시 연령이 40세 이상인 경우에는 질병이 빠르게 진행되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C형 간염은 조기검진만 된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예방백신은 없지만, 99% 가까운 치료성공률을 보이는 치료제가 이미 개발되어 있어서다. 일찍 진단만 된다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고 전염원도 차단할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C형 간염 검진을 우리나라 국가검진 시스템에 추가해 조기에 진단·치료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간학회는 “C형 간염 검사를 국가검진에 포함하면 검사도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퇴치에 효과적”이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국가적인 C형 간염 선별검사를 시행한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의료비 절감과 함께 국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조기에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바이러스 퇴치 특별팀 리더)는 “C형 간염은 단기간에 99% 완치가 가능하다. 매년 만성간질환으로 1만5000명이 사망하는 등 말기간부전이나 간암의 질병부담이 매우 크지만 급성이 아니어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발생률을 따질 것이 아니라 사망으로 인한 손실, 질병 부담이 얼마나 큰 지가 중요하다”라고 피력했다.
관련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C형 간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만 56세(64년생)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중 미수검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C형 간염 양성소견이 나오면 채혈한 기존 혈액으로 PCR검사까지 이뤄지도록 했다. 검사비 전액은 질병관리본부가 부담하며, 시범사업에서 비용효과성 등이 확인될 경우 국가건강검진 추가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