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하루새 100명 넘어… 황금연휴 비상

입력 2020-08-15 04:01
방역요원들이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금 수도권은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새 100명 넘게 나오면서 광복절 황금연휴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의 교회·카페·음식점·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을 이동과 모임이 많은 연휴 기간에 조기 차단하지 못할 경우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3명 발생해 총 누적 확진자가 1만48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역 발생이 85명으로 지난 3월 31일 이후 가장 많았다. 해외유입은 18명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지금 수도권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방학, 휴가, 연휴, 대규모 도심 집회 등을 통해 (감염이) 대규모로 증폭되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수도권 집단감염은 종교시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서울·경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는 총 7곳이었다. 관련 확진자는 193명이나 됐다. 경기도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서는 교인 58명, 지인 2명 등 60명이 추가 확진돼 나흘 만에 7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고양시 기쁨153교회에서 격리 중인 1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 수는 2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도 교인 12명과 지인 2명 등 14명이 추가 확진돼 총 19명이 감염됐다.

이밖에도 음식점, 시장, 카페, 투자업체 등에서 산발적 감염이 이어졌다. 서울 롯데리아 점장 모임과 관련해 광진구 능동의 치킨뱅이에 있었던 이용객 4명이 추가 확진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통일상가에서는 기존 확진자의 가족 2명이 추가 확진됐다.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서는 지난 8일 확진자 방문 후 접촉자 4명이 추가돼 총 확진자 8명이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금투자 전문기업 ‘골드트레인’과 관련한 확진자는 18명, 역삼동 신일유토빌 오피스텔 관련 확진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부산기계공고, 사하구 부경보건고 병설중학교 성인반과 관련한 확진자가 각각 7명, 11명으로 늘었다.

최근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집단감염은 지역사회 내 ‘조용한 전파’와 관련이 깊다. 정 본부장은 “무증상, 경증 감염자는 진단이 안 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누적되면 교회나 다른 집단, 모임 등을 통해 유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이 연휴 기간에 증폭되면 2차 대유행이 조기에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증상 환자를 고려하면 신규 확진자로 집계된 수보다 3~4배 많은 확진자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한다고 봐야 한다”며 “자칫 황금연휴가 유행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위기 상황에서도 여러 단체가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광복절 집회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서울시와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복절 당일 20여곳의 단체가 서울 시내 집회를 예고했으며 신고된 참가 인원도 20만명에 가깝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에도 상경 대절버스편을 공지하는 등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국가비상대책국민회의는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도 같은 날 종로구 안국역 인근 집회를 예고해 놓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는 전날 집회금지 행정명령까지 발동했으나 집회 주최 단체 대부분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공공에 위험성을 야기하는 불법집회로 변질했다고 판단되면 강제해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아직 2단계 상향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이틀 정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요건이 충족되면 연휴기간 중에라도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