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에 취한 당정 ‘불통 드라이브’… 민심은 등을 돌렸다

입력 2020-08-15 04:02
취임 100일을 맞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4·15 총선 이후 불과 넉 달 만에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총선 직후 70%를 웃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콘크리트’라 불리던 40%선 아래로 떨어졌고(한국갤럽), 176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미래통합당에 역전당했다(리얼미터). 전문가들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쏟아낸 여권의 정책 드라이브가 민심을 역주행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총선 이후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운영됐다.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했으며, 야당의 견제 기능은 무력화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동산 입법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민주당 뜻대로 주요 정책 과제가 추진되다보니 그 책임 또한 모두 민주당이 떠안게 됐다.

불통과 일방통행이란 지적을 받으며 밀어붙인 여러 정책 가운데 특히 부동산 정책은 부정적 여론의 뇌관이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졌고 전세 품귀 현상까지 빚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과 악화된 여론을 여권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최근 한 달간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4일 “문재인정부에서 경제적 격차가 해소되길 바랐던 여론이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실망 이상의 분노로 변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민주당에선 부동산 정책 기조를 고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부동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거나 속도 조절을 해야 지지율이 반등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의원 지지율이 최근 주춤한 것도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지금은 나를 포함해 정부·여당이 겸손했는지, 유능했는지, 신뢰를 얻었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 등 일련의 개혁 과제가 무리하게 추진되는 데 대한 견제 여론이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 법안이 야당의 강력 반발에도 통과된 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이 계속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추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월성 1호기 원전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놓고 여당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압박하는 상황 역시 여권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통합당은 지지율 상승세에도 신중한 분위기다. 민주당의 잇따른 정책 혼선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여당의 힘으로 독주하고 밀어붙이면서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야당과의 협치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게 아닌지 돌아봐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용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