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래통합당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야당이 못해도 너무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복(福)은 타고났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최근 통합당이 하는 걸 보면 앞으로는 그런 조롱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통합당은 지도부 정치의 기본인 ‘동선(動線) 전쟁’에서조차 여당을 압도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물가를 점검했다. 수해로 농수산물 가격이 올라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갑자기 잡은 일정이다. 전날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북 남원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고 국민통합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통합당의 호남 구애에 민주당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통합당의 ‘백드롭 메시지’도 내놓을 때마다 히트를 치고 있다. 백드롭 메시지는 지도부 회의 때 취재진 카메라가 집중되는 회의석상 뒤쪽 벽에 쓰여진 문구다. 통합당은 수해로 물난리가 났을 때인 지난 10일에는 통상적인 정치 메시지 대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라는 글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여당보다 더 여당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0일에는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더불어민주당’이란 메시지를 게시했다. 여당 의원이 방송 중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 땐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 여당 대표의 ‘서울은 천박한 도시’ 발언이 나왔을 땐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라는 문구로 시민들의 불만을 대변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헛발질을 하는 반면 통합당은 꾸준히 선전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세다. 한국갤럽의 11~13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9%, 부정평가는 53%였다. 취임 이후 긍정률은 최저치, 부정률은 최고치다. 문 대통령과 여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통합당이 대통령복과 여당복을 누릴 때도 오지 않을까.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