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신임 회장의 하루는 새벽기도로 시작한다. 지난달 30일 47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부턴 기도가 더욱 간절해졌다. 전국 53개 지역Y를 이끄는 회장과 사무총장, 활동가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기도한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Y 사무실에서 원 회장을 만났다. 원 회장은 “기도한 날은 그렇지 않은 날과 확연히 다르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도와주시고 기도를 안 하면 제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는 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1973년 대학Y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원 회장은 47년간 Y와 동고동락했다. 원 회장은 “Y 활동은 쉽지 않았지만 늘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때 친구를 따라 서울Y의 ‘청개구리 음악회’에 참석한 뒤 사회와 소통하는 Y 활동에 매료됐다. 그는 “7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대학생 때부터 Y를 통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다. Y는 사회적 의식을 열어준 창”이라고 회고했다.
이런 이유로 서강대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0년간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89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Y였다. 세 형제를 키우며 성균관대 교수, CR번역연구소장 등 사회 활동을 하는 워킹맘으로 분주한 날이 많았지만, Y 활동 시간만큼은 늘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원 회장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Y 총회에서 전 세계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격려를 받는다고 했다. 또 한국Y의 꾸준한 탈핵운동으로 2017년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확정된 때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원 회장은 2022년 2월까지 자신의 임기 동안 Y의 존재 목적인 정의·평화·생명 운동을 지속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 회장은 “올해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유엔 제재 등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교류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며 “여성들이 지닌 평화와 치유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를 당부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Y활동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남녀 동일임금, 미투운동 등 여성을 위한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고요. 교회 봉사도 소중하고 은혜롭지만, 자신의 전문성으로 사회를 바꾸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가요. Y가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