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의원 4선 연임제한’… 고인물 철폐냐 현실 무시냐

입력 2020-08-14 00:20

국회의원의 4선 연임을 제한하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당내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당초 법안은 발의를 위한 정족수(10명)도 채우기 어려웠지만 미래통합당이 13일 4선 연임을 금지하는 내용을 정강정책으로 포함하면서 민주당의 기류도 달라졌다. 그러나 연임 제한을 두고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의견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윤 의원의 4선 연임 금지법은 지역구와 비례 구분 없이 현행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처럼 국회의원도 3연임까지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재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선 이상은 모두 75명으로 전체 4명 가운데 1명이 대상자가 된다. 연임 금지를 통해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많은 정치 신인을 발굴하자는 차원이다.

윤 의원은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정치인조차 기댈 언덕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금은 일종의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런 구상을 2010년 출간한 책 ‘야만의 정치 vs 관용의 정치’에서도 나타냈었다. 그는 책에서 “한국정치는 관심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원래 감동이라는 것은 자기희생과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데 정치권은 기득권에 안주하려고만 한다”고 했다. 그는 21대 총선 출마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고인 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있었다”며 출마 이유를 언급했다.

하지만 당내 중진 의원들은 연임 금지법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초당적 중재가 가능한 중진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정부부처 과장, 국장급들은 15년에서 20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초재선 의원이 그들을 상대로 정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안은) 중진의 경험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78살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그렇고, 다른 나라는 8~9선 의원들도 많다”며 “정치는 신구조화가 중요한데, 대통령의 복심이 낸 법안은 사실상 중진 물갈이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선 연임 금지와 관련해 조만간 논의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통합당이 정강정책 초안에 4선 연임 금지를 넣은 이상 논의해야 할 사항은 맞다”면서도 “무조건 4선 연임을 금지하는 것은 어렵고 4선 때 지역구를 바꾸는 등의 세부사항을 다듬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야당인 통합당도 이날 공개한 새 정강정책 초안의 10대 정책에 국회의원 4연임 금지 조항을 담았다. 하지만 역시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한 통합당 의원은 “국회의원을 오래 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라며 “다음 개혁 방안으로 3연임 금지, 재선 금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4연임 금지 조항은 의원총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 포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내 이견이 있는 만큼 의원총회 등에서 윤 의원 발의 법안과 새 정강정책 초안 조항을 논의해 봐야 한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여러 차례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박재현 이상헌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