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재 성격 짙은 섬진강 수해… 물 관리 체계 재검토하라

입력 2020-08-14 04:02
섬진강 유역의 수해는 이 지역에 쏟아진 이례적인 강우량을 고려하더라도 관재(官災)의 성격이 짙다. 섬진강댐과 용담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방류 관리에 실패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수공 측은 “홍수기 제한수위 이하로 수위를 조정해 홍수 조절 용량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2017년에는 이번보다 15~24m 낮게 유지했다. 폭우 예보가 2~3일 전에 있었는데도 방류량을 조절하지 않다가 뒤늦게 3~5배의 물을 방류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방류 전 하류 주민들에게 사전 경고나 대피 명령을 적극적으로 내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섬진강댐과 용담댐이 소양강댐 충주댐 같은 홍수 조절용 댐이 아니라 용수용 댐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수공 측의 대응은 이해되지 않는다. 수공의 목표가 질 높은 용수를 확보해 수요처에 공급하는 데 있다 보니 홍수 대응 같은 수해 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는 그간의 전문가들 지적이 맞았다.

우선 섬진강 유역을 비롯한 이번 수해 원인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부처가 얽혀있다 보니 객관적 사실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 국정조사권 발동 등 국회 차원의 조사도 필요하다. 수공의 책임 여부가 당연히 조사 대상이지만 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수해로 2018년 정부의 물 관리 기능 개편에 허점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물 관리 기능을 일원화한다며 수자원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넘겼다. 홍수 예보 등을 담당하는 홍수통제소도 환경부로 넘어갔다.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소속이 됐다. 그러나 제방 등 하천공사와 시설 관리 업무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부처의 성격상 치수보다는 수질에 신경 쓰는 환경부가 홍수 대비보다는 담수에 치중해 수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 말이 일원화지 사실상 물 관리 컨트롤타워가 없는 위험한 상태가 됐다는 지적이 들어맞았다. 이번 수해로 현재의 물 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환경부가 물 관리 전반을 맡더라도 홍수 관리와 수질 관리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 간 상충관계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